버추얼(가상) 휴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020세대를 중심으로 버츄얼 아이돌이 먼저 인기를 얻기 시작하더니 웹툰, 음원, 게임, 콘텐츠 등 관련 산업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연예 기획사뿐 아니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 넷마블 등 정보기술(IT) 업계도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카카오가 기획·넷마블이 외형과 목소리 만든 메이브
올해 초 데뷔한 4인조 여성 버추얼 아이돌 '메이브'는 카카오엔터와 넷마블에프앤씨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각각 기획·제작했다.
메이브는 데뷔 과정부터 남달랐다. 가상 연예인은 기술을 개발한 업체가 제작한 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합류해 매니지먼트를 맡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메이브는 실제 신인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키듯 카카오엔터가 기획 단계부터 음반 및 뮤직 비디오 제작, 마케팅 등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했다.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K콘텐츠 사업 강화에서 나선 카카오엔터가 버추얼 아이돌도 K팝 시장을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기획한 것이다.
메이브의 겉모습과 목소리는 넷마블의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빚었다. 게임 업계 전문 인력들이 게임을 만들 때 쓰는 고급 렌더링 기술인 '언리얼 엔진'을 바탕으로 메이브의 얼굴과 의상 등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유튜브 조회수 2,500만 회를 넘긴 데뷔곡 '판도라'의 뮤직비디오도 풀(Full) 3D로 제작했다.
특히 버추얼 아이돌의 춤추는 동작, 목소리를 실제 인간과 비슷하게 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대규모 시각특수효과(VFX) 스튜디오에서 연기자들이 춤을 춘 영상을 촬영해 모션 캡처로 반영했다. 실제 댄서들의 움직임을 다양한 각도로 여러 차례 촬영하면서 손가락을 움직이는 작은 동작과 떨림까지 반영했다. 또한 사람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AI 기반 음성 합성 기술을 통해 멤버들에게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인도네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를 가르쳤다.
이세계아이돌과 손잡은 LG전자 '이색 체험'
'이세계아이돌(이세계)도 버추얼 아이돌 돌풍을 이끌고 있다. 이세계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의 유명 스트리머 '우왁굳'이 기획한 오디션 프로젝트로 만들어졌다. 이세계는 특히 한국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빌보드 한국 차트 3위에 오를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데뷔곡 '리와인드'가 유튜브에서만 1,730만 회 넘게 재생됐다.
버추얼 휴먼에 국내 대표 기업인 LG전자도 손을 내밀었다. 23일 인천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이세계 페스티벌'에서 LG전자의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LG랩스 라운지'을 운영한 것. LG전자는 행사에서 맞춤형 주거 공간인 '본보야지'에 이세계의 앨범 포스터, 포토카드 등 다양한 소품을 활용해 관객들이 이세계에 둘러싸인 듯한 이색 공간을 만들었다.
AI 기술 발달할수록 버추얼 휴먼 시장도 확대
버추얼 휴먼이 급부상한 이유는 뭘까. 정보통신(IT) 업계 관계자는 "버추얼 아이돌이나 버튜버(버추얼+유튜버) 등은 팬들과 실시간 및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성 있는 매력을 좋아하는 1020세대와 통하는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면서 가상 세계에서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것에 거부감이 적어진 영향도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상 인간의 활동 영역은 계속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홈쇼핑이 내놓은 가상인간 '루시'는 라이브커머스 진행자로 물건을 판매할 뿐 아니라 패션브랜드 모델, 자동차 마케터, 엔터테이너까지 다채로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네이버도 최근 생성형 AI를 활용한 보컬 기술 개발 스타트업인 오드아이에 투자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국내 IT기술과 K콘텐츠 역량을 감안할 때 버추얼 휴먼 시장은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라고 자신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