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세유 찾아 유럽에 "이주민 통합" 촉구
파리 등 프랑스 곳곳 '인종차별 항의' 시위
프랑스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럽 국가들을 향해 "이주민 문제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권했다. 이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부끄러울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프랑스 곳곳에선 경찰의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교황은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지중해 도시 마르세유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주민 문제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책임을 거듭 강조했다. 교황은 이날 마르세유 '팔레 뒤 파로'에서 열린 지중해 주교 회의 폐막식에 참석해 "바다에서 목숨을 거는 사람들은 난입하는 게 아니다. 환영받기를 원한다"며 고난과 빈곤을 피해 탈출하는 사람들에게 항구를 열어줄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이주할 권리와 이주하지 않을 권리를 모두 가진 수많은 불행한 형제자매들의 이야기에 흔들리고, 무관심 속에 닫혀 있지 않기를 바란다"며 "통합이 쉽진 않지만, 우리의 분명한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피난을 온 사람들을 '짊어져야 할 짐'으로 여겨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전날에도 교황은 바다를 건너고 있는 난민들의 죽음을 숫자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며 "지중해는 문명의 요람에서 존엄의 묘지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북아프리카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가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려던 이주민 2,300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주교 회의 폐막식 후 교황은 마크롱 대통령과의 별도 회담에서 이민 문제를 다시 대화 주제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교황에게 "프랑스는 부끄러울 것이 없다. 프랑스는 환영과 통합의 나라"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이 성명에서 밝혔다.
하지만 교황이 이주민 문제를 호소하는 동안, 수도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곳곳에선 경찰의 인종차별과 공권력의 폭력적 행사에 항의하는 시민단체 및 노동조합 등의 시위가 열렸다. 파리의 한 은행 사무실이 과격 시위대의 공격에 파손됐고, 현장 통제에 나선 경찰관들과 시위대 일부가 충돌해 부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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