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뉴스·WSJ 등 대형 매체들 동원
‘기후 위기’ 의구심 퍼뜨리고 축소 보도
"회의론 조장해 각국 기후 대응 늦춰"
미국의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21일(현지시간) 70년 간 지켜온 회장직 사퇴를 발표한 가운데, 전 세계 과학자들이 그의 만행을 입 모아 고발했다. 미국 폭스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거대 매체를 동원해 기후 위기에 대한 의구심을 조장해 온 혐의다.
2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머독의 회장직 사퇴 소식이 전해진 날 전 세계 과학자들은 “머독은 기후 부정주의를 조장해 각국 정부가 기후 조치를 늦추도록 도운 악당”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기후변화 석학으로 꼽히는 마이클 만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도 “그가 이끄는 글로벌 미디어 제국은 기후 과학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의 주요 원천”이라고 꼬집었다.
머독은 WSJ를 발행하는 다우존스와 영국의 더 타임스, 호주 유로 방송 등의 모회사인 뉴스코프와 폭스 코퍼레이션의 회장직을 맡아 왔다. 그리고 이 매체들은 '화석 연료 연소가 정말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냐'는 의문만을 집중 제기하는 등 대중들을 호도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조엘 게르기스 호주국립대 교수는 “기후 논의는 (머독이 독점한 미디어 때문에) 기초 과학 수준에 머물러 있었고 인류는 이 때문에 수십 년을 낭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1년 에드워드 마이바흐 조지메이슨대 교수 연구팀은 머독 소유의 폭스뉴스 시청이 미국 CNN방송과 NBC방송을 보는 것에 비해 기후 변화에 대한 수용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내놨다.
기후 위기 인한 초대형 재해가 발생해도 머독 소유 매체들은 그 원인과 피해를 축소해 보도하기도 했다. 2019~2020년 호주에서는 발생한 산불로 한반도 면적에 맞먹는 1,860만 헥타르(약 18만6,000㎢)의 숲을 전소시켰다. 지구온난화로 심해진 폭염, 가뭄, 강풍이 산불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머독의 뉴스코프는 이를 축소하고 산불 원인은 '방화'라고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미 뉴욕타임스도 호주 신문시장의 58%를 장악한 뉴스코츠 계열사들이 산불기사를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뒷면에 싣거나, ‘과거 산불과 큰 차이가 없다’는 식으로 일축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을 뒤로하고, 머독은 올해 11월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며 장남인 라클런 머독 뉴스코프 공동회장이 단독 회장직을 맡을 예정이다. 라클런은 폭스 코퍼레이션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직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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