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세 덜 걷고, 기후 예산 덜 주고
영국 내연기관차 규제 풀고, 탄광 허가
잇단 이탈... 국제사회 구심점 약화 '우려'
#. 스웨덴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서 기후·환경 보호 예산을 대폭 삭감한다. 기후·환경 파괴 주범인 휘발유 등에 대한 세금을 깎기로 했다.
#. 영국 정부는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2030년부터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포기하고 시한을 5년 연기했다.
국제사회의 기후 대응을 선도한 기후 선진국들의 배신에 국제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각국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평가하는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 스웨덴과 영국은 각각 5위, 11위를 차지하는 '모범국가'다. 이들의 변심은 다른 국가들의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느슨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현실적 접근"이라지만... 기후 의지 사라진 스웨덴 예산안
22일(현지시간) 스웨덴 언론 다게스뉘헤테르 등을 종합하면, 스웨덴 정부가 20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선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사라졌다. △내년부터 휘발유, 경유 소비에 대한 세금을 56억5,000만 크로나(약 6,740억 원) 깎아 주기로 했고 △비닐봉지에 대한 세금을 내년 11월부터 폐지해 세수 6억5,000만 크로나(약 777억 원)를 포기하기로 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재난 발생 시 투입되는 예산에서는 2억5,900만 크로나(약 310억 원)가 삭감된다. △지방자치단체가 기후·환경 전략을 짜도록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은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스웨덴 정부는 "현실적으로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서민 경제 지원이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라는 것이다. 2020년 비닐봉지에 세금을 부과한 이후 비닐봉지 사용이 줄었으니 정책적 쓸모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습지 보존 등 예산을 추가했으니 기후변화 대응 의지가 후퇴한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비판이 상당하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스웨덴 야당인 중앙당 등은 예산안 처리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로미나 푸르모크타리 기후환경부 장관에 대한 불신임안 처리도 거론되고 있다.
뒷걸음질 치는 기후 선진국들... 연쇄 이탈 부를 수도
기후 선진국들의 뒷걸음질은 기후·환경 정책에 대한 여론의 거부감이 커진 것과 맞닿아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거치며 경제난이 커지면서 민심은 기후위기 대응과 같은 거시적·장기적인 사안보다 단기적 이익에 더 민감해졌다.
기후 선진국인 영국 보수당의 수낵 내각은 퇴행의 선봉에 섰다는 비판을 받는다. 유럽연합(EU)이 세운 휘발유·경유차 퇴출 기한인 2035년보다 의욕적인 목표(2030년)를 잡았던 영국은 20일 이를 물렸다. 최근 신규 탄광 개발을 30여 년 만에 허가하기도 했다.
스웨덴과 영국의 이탈은 국제사회 기후위기 대응의 구심점을 약화시킨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중추 국가들에선 최근 '2050 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위해 EU가 수립하고 있는 '그린 딜'에 대해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일시 중단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오는 등 이미 균열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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