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최고]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 한국·영국 2,700명 조사 결과
성장기에 누적된 피해나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가 정신 질환 발현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의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 한국·영국에서 모집한 2,7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공동 연구 결과다.
연구 결과, 성장기 겪는 지속적인 트라우마가 원인이 되는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환자에게서 정신 질환의 중증도가 크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성장기 트라우마로 인해 발생하는 ‘복합 PTSD’가 성인기 정신 질환과의 연결 고리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복합 PTSD와 일반적인 PTSD를 구분해 정신 질환 양상을 분석하는 한국·영국 공동 연구를 수행했다.
복합 PTSD는 단발적인 사고나 충격으로 나타나는 일반 PTSD와 달리 특히 성장기에서 겪는 지속적인 트라우마가 원인이 된다. PTSD 증상에 더해 △감정 조절 어려움 △정체성 혼란 △관계 유지 어려움이라는 3가지 특성이 있다.
연구 결과, 일반적인 PTSD 환자는 PTSD가 없는 그룹보다 정신 질환 중증도가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은 반면, 복합 PTSD 환자에게서는 비교군 대비 정신 질환의 중증도가 크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또 복합 PTSD 환자에게서만 나타나는 3가지 특성 모두 정신 질환 중증도와 뚜렷한 상관 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신 질환의 발현에 있어 특정한 사고나 충격보다 성장 과정에서 지속적인 학대와 그로 인한 후유증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국내 의료진 주도로 문화권이 다른 한국과 영국에서 성장기 트라우마와 정신 질환 발생과 상관 관계를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두 국가의 대규모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이뤄진 만큼 학계에서도 학설을 넘어 정론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의태 교수는 “연구 결과에 따라 성장기 트라우마가 있는 환자들을 체계적으로 치료, 관리할 수 있는 공중보건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조현병 등 정신 질환 발병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복합 PTSD와 연관성도 확인한 만큼 정확한 치료 지침을 마련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성장기 지속적인 신체·정신적·성적 피해를 받으며 형성된 ‘성장기 트라우마’는 성인 이후 각종 정신 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추정돼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문화권마다 사회 환경도 달라 결론을 도출하기가 어려웠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랜싯 사이키아트리(Lancet Psychiatry)’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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