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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감축 기술연구비 30% 깎고 국외 사업비 몰아준 기후대응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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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탄소감축 기술연구비 30% 깎고 국외 사업비 몰아준 기후대응기금

입력
2023.09.22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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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기술 R&D 예산 1800억 줄어
국제감축사업 예산은 192억→1015억
"국제감축 불확실… 국내감축 우선해야"

서울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과 환경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서울지역 9.23 기후정의행진 참가 선포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서 있다. 뉴시스

서울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과 환경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서울지역 9.23 기후정의행진 참가 선포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서 있다. 뉴시스

탄소중립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내년도 기후기금 예산이 큰 폭으로 줄었다. 반면 해외 탄소감축 사업을 위한 예산은 5배 이상 늘었다. 국내 온실가스 감축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마련된 기금이 엉뚱한 데 쓰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수진(서울 동작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내년도 기후대응기금 중 연구개발(R&D) 예산은 4,036억5,500만 원으로 올해(5,805억9,700만 원)보다 30.5% 줄었다. 내년도 기금 총액이 2조4,158억 원으로 올해(2조4,867억 원)보다 3.0% 줄어든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축소된 것이다. 국가 전체 R&D 예산안 감소폭(13.9%)과 비교해도 탄소중립 분야 R&D 예산은 크게 깎였다.

기후대응기금은 국가 탄소중립 목표를 이행하고 각 부처에 흩어진 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조성됐다. 탄소중립기술 R&D는 기금 운용의 핵심이다.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배출량이 많지만 감축이 어려운 산업의 전환을 위한 기술 개발에 쓰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4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확정하며 녹색기술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해 산업계 저탄소 전환을 앞당긴다는 계획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가 ‘현실적 어려움’을 들어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축소하는 대신 내세운 방안이다.

그러나 내년도 R&D 사업 85개 중 사업종료 14개를 포함한 73개의 예산이 삭감됐다. 과기부·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 진행 중인 ‘탄소중립형 바이오플라스틱제품기술개발’ 사업비도 각각 약 90% 줄었다. 플라스틱의 원료인 석유계 나프타를 대체할 생분해 소재를 개발하는 이 사업은 계획대로라면 2025년까지 올해 수준의 연구비가 유지돼야 한다. 탄소중립 기본계획 발표 당시 산업분야 목표 하향의 이유로 산업부가 “석유화학분야 전환을 위한 바이오 나프타 원료가 크게 부족하다”고 설명하고도 정작 관련 연구 예산은 축소된 것이다.

탄소포집 관련 R&D 예산도 32% 줄었다. 탄소포집기술은 성숙도가 낮아 탄소중립계획에 포함될 때부터 논란이 많았는데 기술개발 투자조차 축소됐다. 16개 관련 사업 중 6개 사업이 종료되고 8개 사업비가 줄었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서 실증화 가능성을 고려해 감액 조치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산업부의 동해가스전 탄소포집저장(CCS) 관련 대규모 R&D사업도 과기부의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반려된 상황이라 기금 외 투자 진행도 요원하다.

반면 해외 온실가스 감축 사업 관련 예산은 1,015억2,200만 원이 책정돼 올해(192억 원)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산업부와 환경부의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이 각각 6배, 2배가 증액됐고 국토·해양부문 국제감축과 그린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위한 예산이 새로 추가됐기 때문이다.

국제감축은 다른 나라에서 조림(숲 가꾸기) 등 탄소감축 사업을 하고 그 실적을 이전받는 방식이다. 정부는 산업부문 등의 부족한 감축실적을 대체할 방안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비효율적인 수단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국내 온실가스 감축과 무관한 데다, 감축 실적의 절반 이상은 상대국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박지혜 플랜1.5 변호사는 “국제감축은 양국 간 협의나 상쇄배출권 확보 등에도 불확실한 점이 많아 비중을 줄이고 국내감축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이수진 의원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내세운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지는 시점에서 기후대응기금에서조차 R&D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우리 기업의 수출과 국가 경제 발전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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