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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강요하는 '정답'이 지겨울 때면... 철학 통해 '나만의 길' 찾게 돕는 철학 입문서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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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강요하는 '정답'이 지겨울 때면... 철학 통해 '나만의 길' 찾게 돕는 철학 입문서 3편

입력
2023.10.17 04: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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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세상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철학적 질문을 던진 때가 언제인가. 바야흐로 '철학이 사라진 시대'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의 빈자리는 사회가 강요하는 '정답'이 차지했다. 진학, 취업, 결혼 등 나이별 과업을 문제의식 없이 따르고, 세상이 인정하는 성공의 길은 협소하게 정의된다.

그러나 삶이라는 것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자기계발' 담론이 개인을 잠식한 가운데, 타인이 규정하는 인생에 대한 수많은 조언과 규칙이 피로할 때면 '나만의 다채로운 정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답을 찾아 나가는 능력, 즉 '철학'을 통해서 말이다. 다양한 철학 입문서를 통해서다.

정성호 지음·필로소픽 발행·432쪽·2만4,000원

정성호 지음·필로소픽 발행·432쪽·2만4,000원

의사는 사고를 당한 두 남녀를 동시에 살릴 수 없어 남자의 뇌를 여자에게 이식했다. 이때 병원은 누구에게 치료비를 청구해야 할까? 남자의 마음과 여자의 몸을 가진 사람은 누구일까? 이 사고실험은 인간정체성과 심신이원론에 대한 논의로 확장된다. '정성호 교수의 철학 강의실(필로소픽 발행)'의 저자인 정성호 전 동국대 철학과 교수는 철학자들의 이론을 단순히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개인적인 답을 찾는 것에 중점을 둔다.

지금은 퇴임한 정 교수의 수업은 '졸업하기 전 꼭 들어야 할 명강의'로 캠퍼스 내 소문이 자자했다. 책은 플라톤의 '대화편', 공자의 '논어'처럼 스승과 제자 사이 대화 형식으로 형이상학, 인식론, 윤리학, 논리학, 심리철학, 언어분석철학 등 철학의 핵심 주제를 다룬다. 각 장의 첫머리에는 사례에 기반한 '사고실험'이 놓이고, 그다음에는 질문과 토론을 통해 주제를 탐구하며 마지막으로 교수의 강의와 의견이 더해져 하나의 주제에 대해 풍성하게 사유할 수 있는 기틀을 제공한다.

"한 가지 권하고 싶은 것이 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세상을 지금과 같은 세상으로 만든 사상 혹은 정신이 어떤 것인가를 고민해보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존재이며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426쪽)"

이명곤 지음·세창출판사 발행·592쪽·3만2,000원

이명곤 지음·세창출판사 발행·592쪽·3만2,000원

이명곤 제주대 철학과 교수는 신간 '한글세대를 위한 서양철학'(세창출판사 발행)에서 고·중세의 철학을 한 권에 집약적으로 담았다. 시기별로 양적, 질적으로 고른 균형을 맞췄다. ‘신학의 시녀’라 여겨지는 중세철학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중립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그런데 왜 제목에 '한글세대를 위한'이라는 형용사가 붙었을까. 저자는 철학 공부의 몰입을 방해하는 희랍어나 라틴어를 한글 단어로 대치했다. 어렵게 느껴지는 철학 용어를 일상의 낱말로 표현해 가독성을 높인 것이다. 예컨대 대화의 과정 속에서 더 이상 합리적인 설명이 불가능하여 스스로 자신의 무지를 자각하게 되는 '아포리아의 상태'를 '무지에 대한 자각'으로 바꾸었다. '호모 비아토르'는 '여정의 인간'으로 대체했다.

저자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책을 통해 사유해 나가기를 바라며 책을 썼다. 그는 책에서 "오늘날의 기계기술문명은 수많은 매혹적인 이름으로 젊은이들의 영혼을 압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어느 때보다 젊은 영혼들이 자유롭게 해방될 필요가 있는 사회에서, 저자는 철학의 출발점을 '경외'에서 찾은 아리스토텔레스와 토마스 아퀴나스를 소환한다. "인간의 영혼은 우주를 보고, 세계를 보고, 자연을 보면서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에 매료되어 감탄을 하고, 깊고 본질적인 곳으로 나아가고자 함으로써 철학이 시작된다. (6, 7쪽)"


토마스 렌취 지음·이원석 옮김·북캠퍼스 발행·206쪽·1만6,800원

토마스 렌취 지음·이원석 옮김·북캠퍼스 발행·206쪽·1만6,800원

20세기 철학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다양성’이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급진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철학 이론과 다양한 종파의 탄생을 이끌었다. 더욱 급진적이고 난해해진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철학도 복잡해졌다. 해석학과 언어철학을 연구한 토마스 렌취 독일 드레스덴공과대 철학과 교수는 신간 '20세기 철학 입문'(북캠퍼스 발행)에서 분석 철학의 부상, 존재주의와 현상학, 사회 및 정치 철학의 진보 등 20세기 주요한 철학 이론에 대해 논의한다. 개별 과학과 철학의 상호작용과 20세기 철학 학파의 분화에 대해 설명하며 이해의 깊이를 더했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는 "직접적인 해답을 주는 자기계발서와 달리 철학 서적은 답을 구하는 독자에게 더 난해한 질문을 던지며 당혹스럽게 만들지만, 능동적 집중력과 지적 지구력을 길러준다"고 그 가치를 설명했다.

문이림 인턴 기자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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