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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시행 6일 전에야 정부 가이드라인 확정… '내돈내감'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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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술실 CCTV' 시행 6일 전에야 정부 가이드라인 확정… '내돈내감' 논란도

입력
2023.09.25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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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시행 직전 나온 '가이드라인' 최종본
병·의원만 올해 한정 설치비 50% 지원
자비로 자기 감시할 장비 설치한 병원들
"유지·보수비, 촬영물 관리 등 첩첩산중"

25일부터 수술실 폐쇄회로(CC)TV 의무 설치가 시행된다. 의료기관은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이 이뤄지는 수술실에서 CCTV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25일부터 수술실 폐쇄회로(CC)TV 의무 설치가 시행된다. 의료기관은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이 이뤄지는 수술실에서 CCTV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의료법 개정 이후 2년 유예기간이 지나 25일부터 가동하는 수술실 폐쇄회로(CC)TV 최종 가이드라인(보건복지부 지침)이 시행 6일 전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는 촉박했던 준비 기간에다 설치 비용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종합병원 이상은 전액 자비이고 병원과 의원은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 탓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내 돈을 들여 나를 감시하는' 장비를 설치하는 셈이다.

한 달 전 가이드라인, 6일 전 최종본...설치 현황도 파악 못해

수술실 CCTV. 그래픽=송정근 기자

수술실 CCTV. 그래픽=송정근 기자

24일 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수술실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운영 기준'(가이드라인)이 의료 현장에 배포된 것은 제도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난달 말이다. 법 시행 전 하위 법령이 준비됐어야 하지만 보건복지부령(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이 늦어진 탓에 복지부는 가이드라인부터 만들었다. 의료법은 CCTV 설치 기준과 요청·열람 절차 등 세부 사항을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했다.

시행 한 달 전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복지부는 이달 19일 최종본을 대한병원협회 등에 보냈고, 협회는 20일 공문을 통해 병원장들에게 공지했다. 복지부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확정되자 이를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업그레이드했다. 의료법 시행규칙은 수술실 CCTV 의무화 3일 전인 이달 22일 공포됐다.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다고 해도 당국 지침이 시행 6일 전에 확정되고 CCTV 설치·운영을 준비해야 하는 의료 현장은 시행 5일 전에야 최종 지침을 받은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쟁점이 있어 어려운 사안이라 규제심사 같은 정부 내 절차에 시간이 많이 걸렸고 법령 개정이 완료되는 시점을 고려하다보니 최종 가이드라인 배포가 늦어지게 됐다"고 해명했다.

갈등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복지부가 의료기관 몇 곳에 총 몇 대의 CCTV가 설치되는지 아직까지 현황 파악을 못 한 점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설치비를 50% 지원하는 병원급 이하 의료기관은 그나마 연말까지 집계가 되지만 종합병원 이상은 자부담이라 복지부는 제도 시행 이후 지자체를 통한 현장 확인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혼선을 호소한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서울 강남구는 예산을 소진했다며 먼저 신청한 병·의원만 지원하고 나중에 신청한 곳은 지원이 안 된다고 한다"며 "이런데도 당장 법은 시행되니 난감할 따름"이라고 했다.

"내돈내감 강제하는 것도 문제"

정부는 올해 병원과 의원 수술실 CCTV 설치비의 50%를 지원하고 종합병원 이상은 자부담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는 올해 병원과 의원 수술실 CCTV 설치비의 50%를 지원하고 종합병원 이상은 자부담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부만 지원하는 수술실 CCTV 설치비용에 대해서도 의료기관들은 볼멘소리를 낸다. 병·의원의 경우 연말까지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설치비 중 50%를 국비와 지방비(각 25%)로 돌려준다. 이를 위해 올해 복지부가 편성한 예산은 37억7,000만 원이다.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은 이런 지원도 없어 CCTV 설치비가 모두 자부담이다.

그나마 병·의원 CCTV 설치비 절반 지원도 올해까지만이다. 내년부터는 신규 개설 병·의원도 자비로 수술실 CCTV를 설치해야 한다. 경기 평택시에서 종합병원을 운영하는 박진규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내 의지에 반해서 나를 감시하도록 내 돈을 들여 장비를 설치하게 강제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상당하다"면서 "의료계에서는 이런 방식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CCTV 설치는 시작일 뿐이라는 것도 의료계의 불만 요인이다. CCTV 유지·보수 비용에다 촬영한 영상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내부망 관리, 담당자 외 출입을 통제하는 별도의 영상정보 저장 및 열람 공간 등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복지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촬영 안내문 게시, 촬영요청서와 녹음 요청 시 동의서 관리, 영상정보 열람대장 작성 및 보관 등 CCTV와 관련된 행정적 절차도 대폭 증가한다. 촬영 수요에 따라 영상정보 열람과 제공 시 필요한 부분만 전문적으로 편집하는 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소규모 병·의원들은 촬영물 유출 우려는 물론이고 CCTV 설치에 뒤따를 이 같은 부수적 업무가 얼마나 될지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문 닫을 때까지 관리를 해야 하고 그로 인한 비용이 발생하는데 정부는 최초 CCTV 설치비 일부만 지원하니 병·의원급은 이구동성으로 너무 어렵다고 한다"며 "협회 차원에서 예산 증액을 요청했는데 수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시행을 해보고 추후 필요한 사안이 있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윤한슬 기자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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