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정기예금 만기
은행채 순발행 8월부터 '플러스'
한전채도 3개월 만에 발행 재개
'레고랜드 사태'1 1년 만에 채권시장에 자금경색 위기감이 감돈다. '자금 블랙홀' 은행채2 순발행이 급증한 데다, 최근 한국전력공사도 채권 발행을 재개하면서 다시 돈줄이 메마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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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날까지 이달 은행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5조9,9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월말까지 열흘이나 남았지만 벌써 8월 전체 순발행액 3조7,794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최근 은행채 발행이 늘어난 것은 ①주택 구매를 위해 대출을 받으려는 가계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즉 은행이 채권을 발행해 얻은 돈으로 고객에게 대출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가계대출 수요가 지속되고 매달 증가폭도 커지면서 은행채 발행 기간도 늘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은 4월 2조3,000억 원에서 지난달 7조 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게다가 ②1년물 등 정기예금 만기가 속속 돌아오고 있어 고객에게 돌려줄 자금도 구해야 하는 실정이다. 은행이 채권 발행을 당분간 계속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11월 금융기관의 정기예금 증가액은 116조4,104억 원에 달한다.
설상가상 ③또 다른 자금 블랙홀 한전채도 시장에 재등장했다. 한국전력은 6월 23일을 마지막으로 채권을 발행하지 않다가 3개월 만인 11일 5,000억 원 규모 채권을 찍었다. 빚이 200조 원에 달할 정도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최근 국제유가까지 급등하면서 향후 경영 애로에 대비한 자금 조달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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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 한전채가 시장에 주는 부담은 아직 크지 않은 상황으로 평가된다. 한은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2분기 들어 회사채 발행이 감소3했고 앞으로도 순상환이 이어질 수 있겠으나, 투자 수요가 양호하고 은행 대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이 크게 악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도 "시기적으로 시중의 자금 사정이 빡빡한 분기 말 및 추석 명절을 앞둔 시점에서 수급 꼬임이 증폭돼 나타나는 것"이라며 "바로 개선될 수 있는 현상적 이벤트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 1 '레고랜드 사태'
-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보증을 선 2,000억 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2022년 10월 부도 처리되면서 채권시장에 대혼란이 발생했던 사건. 우량 채무자인 지방자치단체의 지급 능력에 의문을 품는 시장 참가자가 늘면서 최고 신용등급인 AAA 채권(한전채 등)의 미매각이 속출했다. 불신으로 인해 시중에 돈이 돌지 않으면서 초단기 채권가격도 바닥을 쳤다(=단기시장 금리 급등). 정부, 금융당국, 한국은행은 50조 원 이상을 시장에 풀어 사태를 수습했다.
- 2 은행채
- 은행은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고객에게 예금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한다. 통상 예금은 1년 미만의 단기에 필요한 자금을, 채권은 장기자금을 마련하는 데 쓰인다. 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은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에 회사채 대비 투자하려는 사람이 많다. 이 때문에 은행채는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에 비유된다.
- 3 2분기 들어 회사채 발행이 감소
- 한국은행은 ①일부 기업의 차환자금 확보 ②장기적 시계에서 금리인하 기대감에 따른 회사채 조달 유인 약화 ③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한 중장기 자금수요 감소를 배경으로 지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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