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석방 미끼로 거액 뜯어내
7명 검거, 1명은 인터폴 적색수배
동남아 셋업 범죄 다시 기승 조짐
골프 여행을 미끼로 피해자를 캄보디아로 유인해 10억 원 넘는 돈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동남아시아에서 성행하는 전형적인 ‘셋업(Set up·함정)’ 범죄였다.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한국인을 표적 삼는 셋업 범죄가 급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계는 캄보디아에서 피해자를 협박해 13억 원을 갈취한 박모(63)씨 등 4명을 공갈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의 범죄수익금을 세탁해준 김모(50)씨 등 3명도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됐다.
경찰은 박씨 일당의 범행을 미리 정한 대상을 함정에 빠뜨려 석방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는, 셋업 범죄로 판단했다. 조사 결과, 박씨는 골프모임을 통해 알게 된 60대 사업가 A씨를 점찍고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현지에서 10년 넘게 마사지숍을 운영한 한국인 주모(51)씨가 브로커 역할을 맡아 경찰로 추정되는 현지인들을 섭외했다. 주씨에게는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이번에도 셋업 범죄의 단골 시나리오인 성매매 협박이 동원됐다. 박씨는 7월 캄보디아에서 A씨와 함께 성매매 범죄에 연루돼 경찰에 체포되는 상황을 연출했다. 그는 피해자를 술집에 데려간 뒤 현지 여성과 성매매를 하게끔 유도했다. 일당은 “캄보디아에서 성매매는 최대 징역 10년을 받을 수 있는 중범죄”라며 겁을 줬고, 수사 무마용으로 A씨에게서 13억 원을 받아 챙겼다.
귀국 후 박씨 등은 은행 수십 곳을 돌아다니며 범죄 수익금을 모두 현금화했다. A씨가 의심을 품자 가로챈 돈 일부(5억 원)를 돌려주며 신고를 막으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경찰은 같은 달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비행기 탑승기록, 통화내역 등을 조회해 피의자들을 특정한 뒤 검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종료 후 한동안 뜸하던 동남아 셋업 범죄는 관광 재개와 더불어 다시 기승을 부릴 조짐이다. 특히 대부분 신고를 꺼리는 성매매로 덫을 놓는 탓에 수사기관이 인지하지 못해 적발도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서 우리 국민을 상대로 한 범죄 첩보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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