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동결로 9000억 원 손해"
국내 은행 "약정 이자 기지급해"
"근거 없이 더 받아내려는 속셈"
이란이 국내 은행에 묶여 있던 자금에 대한 이자 지급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속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이란 정부가 동결 손실에 관한 보상을 청구하기 위해 법적 절차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이 자국민 석방 대가로 한국에 묶여 있는 이란 자금을 돌려주기로 결정하면서, 한국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에 예치된 이란 자금 상당수(60억 달러·8조 원)가 제3국1으로 이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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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란은 받을 돈이 더 남았다는 입장이다. "수년간의 동결로 막대한 금융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타스님통신은 "한국이 수년간 70억 달러(약 9조3,000억 원) 규모의 이란 자산을 동결하면서 발생한 손실은 총 7억 달러(약 9,000억 원)가 넘는다"고 추정했다.
이란 자금을 예치하고 있던 국내 은행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우리·기업은행은 "이란 중앙은행과 정한 바에 따라 이자 지급을 완료했기 때문에, 이란 측의 추가 지급 요청 건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심지어 이번에 원금과 함께 지급한 이자는 이란 측 요구로 2012년 인상된 것이다. 국내 은행들은 일부 자금을 긴급한 무역결제용으로 남겨놓고 나머지 자금을 1·3·6·12개월 정기예금에 나눠 예치하도록 해 '풍차돌리기'2 효과를 누릴 수 있게 했다. 당시 무역결제계좌는 연 0.1%, 6개월 정기예금은 연 3.1%로 금리 차이가 컸다.
이란 "자금 동결로 9000억 원 손해"
금융권에서는 이란이 '환차손'3을 언급한다는 점에서, 되찾은 액수에 불만족해 갖가지 트집을 잡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란 정부 측 인사는 "원화 가치가 하락한 탓에 달러 환산액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환율에 관계없이 일정액을 보전해 주겠다"는 약정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무리한 요구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란이 준비 중이었던 국제투자분쟁(ISDS)을 무기 삼아 추가 금전을 받아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란 정부는 지난해 1월 "한국에 묶여 있는 동결자금을 돌려달라"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ISDS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바 있다.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란 제재가 국제 결의가 아닌 미국의 단독 결정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①제재가 예금주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할 정도의 '불가항력적 상황'이었는지다. 다른 하나는 ②우리·기업은행의 동결 결정에 한국 정부가 개입했는지다. 모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데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승소한 전력4까지 있기에 '해볼 만한 싸움'으로 판단했을 공산이 크다.
중동 지역 전문가 신동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10여 년 동안 환차손에 관한 문제제기가 없다가 갑자기 언급하는 것을 보면 우리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마침 ISDS도 준비 중이었으니 추가 요구를 위한 명분 쌓기 중일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 1 제3국
-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이란 동결자금이 전달된 제3국이 카타르라고 밝혔다.
- 2 '풍차돌리기'
- 만기가 돌아온 적금을 계속 재예치해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 효과'를 누리는 것.
- 3 '환차손'
- 환율 변동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
- 4 한국 정부를 상대로 승소한 전력
- 이란 다야니 가문이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합병 계약이 무산돼 손해를 입었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계약금과 이자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낸 사건이다. 국제중재판정부는 2018년 6월 다야니 가문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 정부는 이에 불복해 영국 고등법원에 "중재 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으나 여기서도 패소하면서 한국 정부의 국제투자분쟁(ISDS) 첫 패소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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