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상임이사국 정상 중 혼자 참석
“중러 불참, 아프리카·남미국 포섭 기회”
동서 갈등, 남·북반구 긴장… 균열 노출
제78차 유엔 연례 총회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독무대가 될 전망이다. 총회 하이라이트인 일반토의가 19일(현지시간) 시작된 가운데, 강대국 모임인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정상 중에선 바이든 대통령만 혼자 참석했기 때문이다. 동서와 남북으로 갈라져 흔들리는 유엔의 실상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8일 “우크라이나 전쟁 2년 차의 그늘 속에서 기후 재앙이 잇따르고 문제 해결 노력을 방해할 세계의 분열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유엔 총회가 소집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유엔 총회에) 긴장감을 부각하는 건 미국·러시아·중국·프랑스·영국 등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도자 중 바이든 대통령만 회의(일반토의)에 참석한다는 사실”이라고 짚었다.
이유 설명 없이 오지 않은 영국 총리
일반토의는 정상과 총리, 장관 등 유엔 193개 회원 각국 대표가 총회장 연단에 올라 글로벌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비중 있는 외교 무대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년 연속 불참했다. 우크라이나 침략전과 대미 패권 경쟁으로 중러가 제각기 미국과 대립할 사정이 있는 만큼, 이는 얼마간 예상된 결과였다.
의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부재다. NYT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경우 이번 주 파리를 방문하는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맞이해야 한다는 게 프랑스 측 설명이지만, 영국은 수낵 총리가 오지 않는 이유를 명확히 대지 않았다. 신문은 “주요국 지도자들의 총회 불참이 가뜩이나 결속력이 떨어지고 있는 유엔을 더 약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미국의 국익만 따지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불참은 나쁠 게 없다. 폴리티코는 “미국으로선 유엔을 필수적 토론장으로 여기는 아프리카·남미·아시아의 약소국을 포섭하고, 이 나라들을 중러로부터 멀어지도록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반가운 중러 이탈의 부작용”이라고 해석했다.
거부권에 마비… 미, 안보리 개편 채비
문제는 위태로워진 다자 체제 국제 질서다. 올해 유엔이 노출한 균열은 한 방향이 아니다. 일단 안보리가 동서로 찢어졌다. NYT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하고, 아프리카 국가들에선 군사 쿠데타에 의한 정부 전복이 속출하는데도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유엔의 존재감이 미미했다”며 “평화·안정 유지를 도맡도록 설계된 안보리가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간 분열로 마비된 탓”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동서 갈등이 첨예해진 뒤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 결의가 번번이 중러에 막히기 일쑤다. 미국이 상임이사국 수 확대 및 만장일치 의결 구조 손질 등 안보리 개편 추진 채비에 나선 건 중러의 거부권 견제 필요성을 인식해서다.
남반구와 북반구 간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이해관계가 다른 탓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기후변화와 부채, 저개발로 신음하는 남반구 국가들이 소외감을 호소해 왔고, 올해 유엔 총회 의제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 처음 참석해 직접 지원을 요청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거들어도 작년만큼 우크라이나 원조가 의제를 장악할 수 없으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워싱턴포스트는 “전쟁으로 식량·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 타결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유엔 총회 외면은 올해도 다르지 않다. 5년 연속 정부 인사를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가 마지막 날인 26일 오전 열 번째 연설자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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