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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 재연 행사와 ‘옥에 티’

입력
2023.09.17 17:3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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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인천 팔미도 인근 해상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행사에서 연합상륙작전 재연을 지켜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인천 팔미도 인근 해상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행사에서 연합상륙작전 재연을 지켜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뉴스1

73년 전 한국전쟁의 판세를 바꾼 인천상륙작전이 지난 15일 인천항 앞바다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재연됐다. 실제 병력이 투입되는 이 행사는 그동안 월미도 해안에서 열렸으나 올해 처음 해상에서 이뤄졌다. 2016년 이후 7년 만에 재개된 것이다. 1960년부터 시작된 전승행사를 현직 대통령이 주관한 것도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풍전등화에 놓인 대한민국을 살려낸 작전”이라고 의미부여했다.

□ 1950년 9월 15일 오전 6시 월미도 앞바다. 천지를 뒤흔드는 포성과 불기둥이 치솟았다. 미 해병 1사단과 육군 7사단, 우리 해병 4개 대대 병력이 상륙에 성공하면서 2시간 만에 군사시설을 점령했다. 10여 일 뒤 서울 중앙청에 태극기가 걸리고 북한군 병참로가 끊기면서 전세는 역전됐다. 상륙함엔 70세의 노병(老兵)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가 서있었다. 이 전쟁영웅은 실책도 없지 않았다. 인천상륙작전에 이어 압록강까지 북진을 감행한 그는 중공군의 전면 개입 경고를 무시하다 장진호 전투 등에서 참담한 패배를 당했다. 그의 오판이 없었다면 전쟁이 훨씬 빨리 끝났거나 한반도가 어떻게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 맥아더는 만주 폭격 의지를 불태우는 과정에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후퇴했다. 결국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 충돌해 이듬해 4월 해임된다. 전쟁 중이던 1944년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전력 탓에 대권 욕심으로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에도 시달렸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진호 전투로 중공군의 남하가 2주간 지연되는 사이 미군은 역사상 최대 규모 민간인 구조작전인 흥남철수를 성공시킨다.

□ 인천자유공원에 우뚝 선 맥아더 동상은 오늘도 월미도 앞바다를 지켜보고 있다. “한반도 공산화를 막은, 세계 전사에 빛나는 위대한 승리”라는 윤 대통령의 기념사는 신냉전이 현실화한 지금 인천상륙작전의 큰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다만 윤 대통령은 “그 (공산)추종세력, 반국가세력들은 허위 조작과 선전 선동으로 우리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또다시 이념의 날을 세웠다. 국내 야권을 지목한 것임은 익히 반복된 바 있다. 인천상륙작전을 어느 한 진영의 화두로 축소시킨 건 아닌지 ‘옥에 티’로 아쉬움이 남는다.

박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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