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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해외 출장 못 간다?"... '여성 중용' 약속한 기시다, 차관 54명 전부 남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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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해외 출장 못 간다?"... '여성 중용' 약속한 기시다, 차관 54명 전부 남성으로

입력
2023.09.16 17:43
수정
2023.09.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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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시다 내각, 차관급 54명 전원 남성 기용
"여성 2명 늘린 장관 인사는 보여주기식" 비판
내각 "인격·식견 근거일뿐… 어쨌든 늘리겠다"

1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맨 앞줄 중앙)가 장관급 개각 인사를 단행한 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여성 장관 5명을 중앙에 배치한 게 눈에 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1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맨 앞줄 중앙)가 장관급 개각 인사를 단행한 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여성 장관 5명을 중앙에 배치한 게 눈에 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장관급 개각에서 여성 각료를 늘렸다고 홍보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후 차관급 인사에서는 신임 54명 전원을 남성으로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 인사가 보여주기식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마쓰로 히로이치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차관급 개각 사실을 밝혔다.

‘차관급 인사에 여성이 없다’는 질문이 나오자 히로이치 관방장관은 “인사는 인격과 식견을 근거로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이라며 “어쨌든 여성의 비율을 늘리는 것은 기시다 내각의 주요 과제”라고 답했다. 지난 13일 기시다 총리는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한 ‘이미지 쇄신’의 일환으로 내각의 여성 비중을 높이겠다며 기존 2명이었던 장관을 5명으로 늘렸다.

아베파 "남성에게도 반드시 기회가 있어야 한다"

16일 일본 아사히신문이 공개한 사진 속에서 전날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맨 첫번째줄 왼쪽 세번째) 일본 총리와 마쓰로 히로이치(세번째) 관방장관이 차관급 인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전원 남성이다. 아사히 캡처

16일 일본 아사히신문이 공개한 사진 속에서 전날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맨 첫번째줄 왼쪽 세번째) 일본 총리와 마쓰로 히로이치(세번째) 관방장관이 차관급 인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전원 남성이다. 아사히 캡처

신문은 남성 일색의 차관급 인사가 "자민당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일본 차관급 인사는 자민당 내 주요 파벌들이 각 파벌에 속한 중의원 의원을 추천하면, 총리와 총리의 비서실 격인 내각관방 고위 각료들이 파벌 간 균형을 고려해 최종 선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애초에 여성 의원 수가 적고, 주요 파벌이 후보 추천 명단에 여성 의원은 포함시키도 않았다는 것이다. 설령 기시다 총리가 진정성 있게 여성 비중을 높이려 해도 당 내 구조 탓에 그럴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1대 파벌인 '아베파'와 3대 파벌 '모테기파', 4대 파벌 '기시다파' 등 주요 파벌 모두 여성 의원을 단 한 명도 추천하지 않았다. 특히 아베파에는 3, 4선 중 나이가 차관급에 적합한 중의원 의원 23명 중 여성이 3명 있었으나 아베파 고위 관계자들은 “여성 의원을 반복해서 추천할 수는 없다. 남성에게도 반드시 기회가 있어야 한다”며 남성 의원만 추천했다.

거절 사유: "여성은 해외 출장을 못 간다"

또 일본 외무성에서 정부 관료들이 차관급 자리 3 개 중 1 개를 여성에게 할당하자고 제안했지만, 내각 지도부가 “(추천된 여성 후보자는) 한 달에 한번씩 해외 출장을 갈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외무성이 제안한 또 다른 여성 의원은 스캔들과 관련한 불상의 “신체 검사” 과정에서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무성은 최근 여성인 가미카와 요코 외무장관이 수장으로 임명된 부서다.

아사히는 “(차관급 인사에 비해 비교적) 주목 받는 장관 임명으로만 여성 임명을 강조했던 사실이 유권자에게 투명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남성 일색의 차관과 일하게 된 여성 장관들은 이러한 상황에 비판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 신문이 접촉한 2명의 여성 장관은 각각 “다양성은 성별만으로 논의되지 않는다”고 답하거나, 논평 요구를 거부했다.

자민당의 주요 요직을 경험했던 핵심 관계자는 아사히에 “최근 장관 개각에서 표면적으로는 여성의 수가 늘었지만 본질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고 꼬집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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