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두 달째 "경기 둔화 완화"
고용·소비·수출 낙관 해석
"L자형 장기침체 현실화" 우려
정부가 두 달 연속 "경기 둔화 흐름이 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관의 평가와 온도차가 커 정부가 ‘상저하고(상반기 저조했다가 하반기에 회복)’를 뒷받침하기 위해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 동향 9월호’를 통해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경기 둔화 흐름은 일부 완화하는 모습”이라고 평했다. 그간 경기 둔화 지속 판단을 이어온 기재부는 지난달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경기 둔화 완화로 바꾼 뒤 이달에도 같은 진단을 내린 것이다.
기재부는 물가 상승세 둔화와 수출 부진 완화, 소비심리‧고용 개선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이 “역대 8월 기준 최고 고용률(63.1%)과 최저 실업률(2.0%)”이라 평한 고용시장만 해도 속에서부터 곪아가고 있다. 60대 이상 고령 취업자(30만4,000명)를 제외하면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3만6,000명 줄어드는 등 고용 활력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기재부는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103.1)가 여전히 기준치(100)를 웃돈 만큼 소비심리도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소비 상황을 좋게 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난달 지수는 전달보다 0.1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해당 지수가 하락한 건 올해 2월 이후 6개월 만이다. 물가 상승세 둔화에도 여전히 높은 체감물가, 중국 경제 침체 우려에 따른 수출 개선 기대 악화, 국제유가 상승 등이 복합 작용하며 소비심리 상승세를 꺾은 것이다. 경기 상황과 관련한 현재경기판단지수와 향후경기전망지수 모두 하락해 향후 소비심리는 악화할 공산이 크다.
수출 역시 여전히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지난달 반도체‧통신장비 등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6.7% 줄었다.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 수출이 각각 14.9%, 26.1% 쪼그라들었다. 올해 4월(-35.9%) 저점을 찍은 뒤 감소폭이 줄고 있지만, 중국 경제 부진으로 반도체 수출 회복을 장담하긴 어렵다.
하반기 첫 달인 7월엔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가 일제히 줄었다. 산업활동을 나타내는 세 지표가 ‘트리플 감소’를 기록한 건 올해 1월 이후 처음이다. 정부의 상저하고 기대만큼 하반기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경기 우려가 계속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 동향 보고서를 통해 “높아진 대외 불확실성이 경기 부진 완화 흐름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이달 “3분기 한국 경제는 내수‧수출이 모두 부진한 불황 국면에 위치해 있다. L자형 장기침체 시나리오(상저하저)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관과 동떨어진, 기재부의 나 홀로 낙관 전망은 ‘상저하고의 자승자박’에 빠진 면이 크다.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으면 그간 강조한 상저하고 입장을 뒤집어야 하고, 상저하고를 고수하려니 경제 전망을 낙관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교적 안정권에 접어들었던 물가마저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다시 뛸 수 있어 장밋빛 기대를 갖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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