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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사 숙명이라 생각"... 주호민 아들 교사, 카톡·몰래녹음 신고 안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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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사 숙명이라 생각"... 주호민 아들 교사, 카톡·몰래녹음 신고 안 한 이유

입력
2023.09.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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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교육자 숙명으로 여겨 홀로 감내”
정신과 치료비·변호사 선임비 사비 충당
특수교사 96% "피해 입어도 그냥 참아"

수원법원청사 전경. 법원 제공

수원법원청사 전경. 법원 제공

"학부모의 불만과 항의는 특수교육자의 숙명이겠거니 했어요. 그래서 이 정도라면 혼자 참아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웹툰작가 주호민씨 아들을 담당했던 특수교사가 주씨 측의 지속적인 메시지 발송이나 몰래 녹음 등 교권 침해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있었음에도 이를 문제삼지 않았던 이유가 밝혀졌다. 그는 수사를 받고 기소를 당한 이후에도 교육청이나 학교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혼자 변호사를 선임했고, 정신과 치료도 자비로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특수교사 A씨 법률 대리인인 김기윤 경기도교육청 고문변호사에 따르면, A교사는 주씨 측이 지속적으로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등 교권 침해로 볼 수 있는 요구와 행동에 대해 한 번도 학교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등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A교사는 “20년 가까이 특수교육 교사로 지내면서 일부 아이들의 돌발 행동에 상해 등 다양한 피해를 입었지만, 그때마다 특수교사라면 이 정도는 홀로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얘기를 김 변호사에게 전했다. 또 "(과거와 마찬가지로) 주씨 측의 요구에 대해서도 그렇게 판단해 그냥 참고 넘겼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A교사는 사건 이후 현재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데, 사비로 치료 비용을 내고 있다”며 “신고를 당한 뒤 수사와 기소에 대응하기 위한 변호사 선임 비용 역시 개인 돈으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주씨 측은 지난해 9월 A교사를 신고했는데, A교사는 신고 한 달 뒤 불안장애를 이유로 병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저녁·휴일에도 지속적으로 메시지

주호민. 한국일보 자료사진

주호민. 한국일보 자료사진

앞서 주씨 부부는 지난해 5월 저녁 시간과 휴일에도 A교사에게 카카오톡 등 메시지를 보내, 자폐를 앓고 있는 자신의 아들과 관련해 요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9월7일 주씨 아들이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학교폭력 사건이 접수 된 뒤에도 “아들의 어려움을 이해해주고 목소리를 내어줄 유일한 분” 등의 내용으로 여러 번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서는 △교사의 일과시간 외에 지속적으로 연락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피해 학생이 존재하는 사건에서 공정을 기해야 할 교사에게 부당한 부담을 준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주씨 부부는 다른 학생과 분리 조치된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 수업 중 아들과 A교사 사이에 오간 대화 등을 녹음했지만, A교사는 이를 알고서도 녹음 행위를 문제삼지 않았다고 한다.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여지가 있음에도, A씨는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형사고발도 하지 않고 교권침해 신고도 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A교사와 마찬가지로 특수교사들의 상당수는 교육활동을 침해 당해도 참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권침해 입은 특수교사 96% "참는다"

실제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이 올해 7월 전국 특수교사 2,9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 행위와 관련한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3.7%에 불과했다. 96.3%의 응답자는 피해를 입어도 그냥 넘겼다고 답했다. 교권보호위를 열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선 "스스로 포기했다"(62.3%)가 가장 많았고, "관리자의 거부나 회유·눈치"(20.2%), "몰랐다"(7.9%)는 대답이 뒤를 이었다. 이밖에도 "특수교사라면 감내해야 하는 숙명으로 생각했다"거나 "특수교육자가 피해를 보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주변 시선이 있다"는 답변도 있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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