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미 정부 '리상푸, 현재 조사 중' 판단"
군사 장비 구매 비리 연루됐을 가능성도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이 보름 넘도록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종적을 감춘 지 한 달 후 해임된 친강 전 외교부장과 같은 길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미 리 부장이 해임됐고, 현재 그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자체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리 부장이 국방부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당국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리 부장에게 어떤 혐의가 걸려 있는지는 불확실하나, 사실상 국방부장 복귀는 불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는 얘기다. FT는 미 정부 관리 3명과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리 부장은 지난달 29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3회 중국·아프리카 평화 안보 포럼 기조 연설을 끝으로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달 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헤이룽장성 하얼빈 육군 부대 사령부 시찰도 리 부장은 수행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7, 8일 중국·베트남 국경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양국 간 연례 국방협력회의도 돌연 연기됐다. 베트남 측 당국자들은 "중국 측이 리 부장의 건강을 이유로 들어 회의를 미루자고 요청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 부장의 심상치 않은 '부재'를 처음 언급한 건 람 이매뉴얼 주일본 미국대사다. 지난 8일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시 주석 내각 상황이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비슷해졌다"며 "친강 외교부장과 로켓군사령관이 실종되더니 이제 리 부장도 모습을 감췄다"고 적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폭풍우로 무인도 별장에 고립된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 나가지만, 누가 범인인지의 수수께끼는 갈수록 깊어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중국 정부는 입을 닫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리 부장의 상황을 묻는 질문에 "당신이 언급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만 답했다. 친강 전 외교부장 신변이상설이 한창 제기된 7월 당시, 외교부가 "제공할 정보가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던 것과 비슷한 흐름인 셈이다. FT는 "백악관은 논평하지 않았고, 주미 중국대사관도 논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외교가에선 리 부장이 군사 장비 관련 부패 혐의에 연루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7월 중국 중앙군사위원회는 "2017년 10월 이후 군사 장비 구매 과정에서 발생한 부패 의혹을 조사한다"고 발표했다. 리 부장은 2017년부터 올해 초까지 중국 인민해방군의 무기 구매·개발을 담당하는 중앙군사위원회 장비개발부장을 맡았는데, 재임 시절 러시아로부터 Su-35 전투기 10대와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불법 구매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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