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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군함도' 일본 비판 뺀 결정문 채택... 다음은 사도광산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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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군함도' 일본 비판 뺀 결정문 채택... 다음은 사도광산 등재?

입력
2023.09.15 17:30
수정
2023.09.15 20:2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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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위 "일, 추가 조치 취했다"
희생자 추모 전시물 추가 등 평가
NHK "한일 관계 개선도 영향 미쳐"
일, 사도광산 '억지 등재'도 나서나

일본 미쓰비시석탄광업의 주력 탄광이었던 군함도. 나가사키=홍인기 기자

일본 미쓰비시석탄광업의 주력 탄광이었던 군함도. 나가사키=홍인기 기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2015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하시마(군함도) 등 근대산업시설과 관련해 일본 측 후속조치를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결정문을 채택했다. 2021년 권고에선 조선인 강제노역 등 전체 역사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으나, 2년 만에 확 뒤집힌 것이다. 일본 정부가 또 다른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일본 언론은 “한국과의 외교전에서 반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세계유산위 "일본 추가 조치 취했다... 관련국과 대화해야"

세계유산위는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제45차 회의를 통해 하시마 등 일본 근대 산업시설 23곳을 모은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 등재 후속 조치에 대한 결정문을 표결 없이 채택했다. 결정문엔 “세계유산센터가 지난달 당사국(일본) 초청을 받아 도쿄 산업유산 정보센터를 직접 점검한 바, 당사국이 추가적 조치를 취했음을 고려한다”고 적혀 있다. 희생자 추모 코너를 별도로 만든 점, QR코드를 통해 세계유산 등재 당시 일본과 한국의 발표를 모두 볼 수 있도록 한 점 등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에도 “한국인 동원은 적법했고 일본인과의 차별도 없었다”는 기존 주장을 유지한 보고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입장은 그대로인데, 일부 전시물을 바꾸었다는 이유로 후한 평가를 내린 셈이다.

다만 유네스코는 이후에도 일본 측이 새로운 증언 등을 포함한 추가 연구, 자료 수집 등을 수행하고 관련국(한국)과 대화도 계속하라고 권고했다. 내년 12월 1일까지 다시 한번 진전 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라고도 요구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일본이 근대 산업시설 세계유산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약속을 이행하고, 그 진전 상황을 2024년 12월 1일까지 제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유네스코 관계자 "한일 관계 개선이 영향 미쳐"

일본 측은 이번 결정을 사실상 ‘외교전’의 승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요미우리신문과 NHK 등은 15일 “세계유산위가 일본이 취한 추가 노력을 (높이) 평가하는 결의를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도 일본 정부가 지난달 세계유산센터 소장을 도쿄 산업유산정보센터 시찰에 초청한 사실을 거론하며 “외교 공세로 한국에 반격했다”고 자찬했다.

한국 측의 문제 제기는 2년 전과 달리 강하지 않았던 점도 유네스코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조선인 강제동원 현장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이 문제 해결에 외교 역량을 집중했던 일본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NHK는 이날 “최근 한일 관계 개선도 이번 결정문 채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유네스코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일본 아이카와 금은산에서 메이지 시대 이후 건설된 갱도. 사도광산에선 2,00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조선인이 태평양전쟁 기간 강제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 노역을 했다. 사도=연합뉴스

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일본 아이카와 금은산에서 메이지 시대 이후 건설된 갱도. 사도광산에선 2,00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조선인이 태평양전쟁 기간 강제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 노역을 했다. 사도=연합뉴스


사도광산도 세계유산 등재되나... 전문가 "우회 등재 가능성"

일본의 다음 목표는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다. 13일 임명된 가미카와 요코 신임 일본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도광산이 훌륭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한국을 비롯한 관계국과 계속해서 정중한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적극적 반대가 없는 상황에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본다. 일본 정부는 2015년 메이지시대 산업유산 등재 당시에도 태평양전쟁 시기를 빼려다 “조선인 강제동원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려야 한다”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지적을 받고 수정한 바 있다. ICOMOS는 유네스코의 자문기구로,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심사를 담당한다.

그러나 일본은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하면서 또다시 일제 강제동원 시기를 쏙 빼고, 에도 시대로만 한정했다. ICOMOS가 부정적 의견을 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 경우 일본으로선 다른 방식으로 등재를 추진할 수도 있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연구위원은 “과거 일본 ‘이와미 은광’이 ICOMOS로부터 부정적 의견을 받았는데도 본회의에선 통과됐다”며 “사도광산도 같은 방식으로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ICOMOS는 어디까지나 자문 기관이고 결정은 본회의에서 하기 때문이다. 정 연구위원은 일본 메이지시대 산업혁명유산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당시 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 소속으로 관련 연구 자료를 유네스코 측에 제시하는 등 직접 관여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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