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 확인하려 진입했다 폭발
비급여 치료 많은데 "50%만 지원"
공상제도 허점에 '동료 모금' 반복
지난 1일 발생한 부산 목욕탕 화재 당시 출동해 큰 부상을 입은 경찰관들을 위해 동료들이 병원비 모금에 나섰다. 경찰관들은 동료의 부상을 안타까워하며 병원비 지급 등 정부의 공무상 요양제도 허점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 16개 경찰서 직장협의회 회장단은 최근 경찰 내부망에 '화마와 싸우는 동료를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당시 화재 현장에서 3명의 경찰관이 얼굴과 팔, 손 등에 중증 화상을 입었는데 수천만 원의 병원비와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동료들에게 도움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경찰과 직협에 따르면 부산 동부경찰서 소속 9년 차 형사 김모(36) 경사는 당시 목욕탕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2차 폭발로 2도 화상을 입었다. 폭발 화염에 녹은 손가락이 서로 붙고 얼굴의 60% 이상의 피부가 벗겨졌다. 김 경사는 이 사고로 피부뿐 아니라 신경, 관절까지 손상돼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 주사를 맞아가며 수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김 경사는 얼굴과 팔, 손 등에 붕대를 감고 괴사한 피부를 벗겨내는 고통을 견뎌내고 있다.
김 경사의 숨통을 더욱 죄는 것은 병원비다. 비급여가 많은 화상 치료는 수천만 원의 병원비가 예상된다. 하지만 공무원재해보상법 기준에 따르면 비급여 치료는 전체 금액의 50%(최대 500만 원)만 지원된다. 매주 수십만 원의 비급여 약제와 하루 15만 원의 간병비도 김 경사의 부담이다. 거동을 할 수 없어 간병인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공무원연금공단은 전체 신체의 35% 이상 화상을 입어야만 간병비를 지원해준다.
김 경사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치료받는 것도 너무 아프고 힘든데 병원비 부담마저 큰 상황"이라며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고 하고, 언제 현장에 다시 복귀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라고 말했다. 직협은 11일 1,000여만 원의 1차 모금을 부상 경찰관 3명에게 전달하고, 추가로 모인 약 2,000만 원도 전달할 예정이다. 부산경찰청도 부상당한 경찰관의 간병비를 '경찰 복지 기금' 등으로 전액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 지원이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에도 공무 중 부상을 입은 경찰관들이 동료 모금으로 치료비를 해결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2021년 전주에서 마약사범을 쫓던 중 용의자 차량에 깔려 크게 다쳤던 전북경찰청 형사과 마약수사대 소속 경감 △2020년 음주 측정 거부 차량에 매달려 끌려가 의식불명에 빠졌던 부산 동래경찰서 사직지구대 소속 경위 △2017년 술집에서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난동범과 몸싸움 중 크게 다친 인천연수경찰서 송도지구대 소속 경장 등의 사연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일하다 심각한 부상을 당했지만 정부 지원이 부족해 동료들의 도움을 받았다.
한 경찰관은 "경찰관 대부분이 다치고 나서야 보상·지원 제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된다"며 "다치고 심지어 장애를 얻었는데 치료비 부담까지 떠안으면 어느 경찰관이 나서서 일을 하겠나"라고 토로했다. 정학섭 부산직협회장도 "현재 공무원재해보상법은 현실과 맞지 않아 모금할 수밖에 없다"라며 "법 개정을 통해 경찰관 공상(공무상 재해)보상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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