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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사랑한 유령집사 이야기

입력
2023.09.16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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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완(글)·수빈(그림) '유령집사'

유령집사·김수완 글·김수빈 그림·옐로스톤 발행·152쪽·2만2,000원

유령집사·김수완 글·김수빈 그림·옐로스톤 발행·152쪽·2만2,000원

그림책 '수염왕 오스카' '행복한 세세 씨'를 만든 김수완, 김수빈 자매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앞선 책에서 그들의 첫째 애묘 '세세'를 모델로 삼았다면 최근 나온 그래픽노블 '유령집사'에선 둘째 고양이 '베이'가 모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세하게 묘사된 주인공의 시선에선 검정과 흰 털이 섞인 먼치킨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흘러넘친다.

책은 모든 것이 무채색인 세상에서 우연히 찾아온 고양이를 키우게 된 유령의 관점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바람 불던 날 길을 잃고 헤매다 유령마을에 흘러들어온 작은 고양이. 유령은 정체 모를 존재의 울음소리가 시끄러워 얼떨결에 고양이를 집에 들이고 '비바람'이란 이름까지 지어준다. 가구도 집도 칙칙하게 낡은 곳에서 거미와 박쥐를 가족 삼아 살아가던 유령에게 비바람은 난생처음 경험해보는 행복이다. 유령의 일상이 이 사랑스럽고 생명력이 넘치는 고양이로 인해 따뜻하게 물들어갈 무렵 창문으로 날아온 '고양이를 찾습니다' 전단지 한 장이 일상을 뒤흔든다. 결국 '비바람'을 위한 선택을 한 유령. 그제야 알게 된다. 이제부터 그리움은 자신의 몫이라는 걸.

어찌 보면 단순한 집사 일기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면, 또는 반려동물을 키워본 어떤 집사라도 잘 알 만한 행복감과 사랑이 짙게 배어있다. 온통 흑백 페이지에서 도드라지는 주인공 고양이의 코와 발바닥만 분홍인 점은 그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장치다. 안타까운 점은 사랑의 기간이 유한하다는 사실. 절대로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유령과 고양이가 어떤 접점을 통해 관계를 맺고 진하게 교감하고 머지않아 헤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관계와 상실의 진리를 되새기게 된다. 반려동물뿐 아니라 사랑하는 이와 만남과 이별을 경험한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어느 바람 부는 날 유령을 찾아온 작은 고양이. 유령은 시끄럽게 우는 소리에 하는 수 없이 집에 들인 고양이에게 '비바람'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옐로스톤 제공

어느 바람 부는 날 유령을 찾아온 작은 고양이. 유령은 시끄럽게 우는 소리에 하는 수 없이 집에 들인 고양이에게 '비바람'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옐로스톤 제공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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