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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들 음란 전단지와 전쟁... 샤로수길 4주 만에 청정구역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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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들 음란 전단지와 전쟁... 샤로수길 4주 만에 청정구역 됐다

입력
2023.09.26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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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명 서명 동참, 구의원·경찰과도 공유
직접 청소도... 4주 만에 거리 깨끗해져
경찰 수사도 결실... "재발 방지책 필요"

서울대 재학생 이정빈씨가 2일 "샤로수길 셔츠룸 사태 해결을 위한 서명 운동"이란 제목으로 작성한 글과 함께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린 사진. 서울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근처 골목길에 유흥업소 전단지가 마구 뿌려져 있다. 이씨 제공

서울대 재학생 이정빈씨가 2일 "샤로수길 셔츠룸 사태 해결을 위한 서명 운동"이란 제목으로 작성한 글과 함께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린 사진. 서울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근처 골목길에 유흥업소 전단지가 마구 뿌려져 있다. 이씨 제공

"다들 손 놓고 있는 것 같아서 직접 나섰죠."

서울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로 나가면 음식점이 즐비한 거리가 나온다. ‘샤로수길’로 명명된 이 거리 골목 곳곳에 올여름 낯 뜨거운 문구가 적힌 전단지 수십~수백 장이 매일 나뒹굴었다. 유흥업소의 한 종류인 ‘셔츠룸’을 홍보하는 종이였다. 골목 쓰레기 절반 이상이 전단지일 정도로 폐해는 심각했다.

유흥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홍보물로 치부할 법도 했다. 서울대 노어노문학과에 다니는 이정빈(19)씨 생각은 달랐다. 학생들도 많이 이용하는 공간이 성매매 홍보 전단지로 도배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뭐라도 해봐야 했다. 서명운동을 시작하자 많은 학생들이 호응했고, 총학생회도 움직였다. 경찰도 합세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이씨는 이달 초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 하나를 올렸다. "저속하고 불쾌한 성매매 업소 전단지가 샤로수길을 휩쓰는 건 정말 잘못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동문 여러분의 많은 서명을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학생들은 "좋은 일 하신다", "파이팅이다" 등 댓글 응원을 보냈다. 무려 483명이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한 사람의 용기가 문제의식을 가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이씨는 학교 총학생회에도 서명운동 인명록을 넘기며 공론화를 부탁했고, 총학 측은 관악구 주무열 구의원과 관악경찰서에 상황을 공유했다.

서울대 재학생 이정빈씨가 16일 '샤로수길 셔츠룸 사태가 해결되었다고 합니다'란 제목으로 작성한 글과 함께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린 사진. 학생들이 매주 한 번씩 청소한 덕에 골목길은 깨끗해졌다. 이씨 제공

서울대 재학생 이정빈씨가 16일 '샤로수길 셔츠룸 사태가 해결되었다고 합니다'란 제목으로 작성한 글과 함께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린 사진. 학생들이 매주 한 번씩 청소한 덕에 골목길은 깨끗해졌다. 이씨 제공

당국의 조치만 기다린 것도 아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은 '전단지 수거 모임'을 결성해 직접 거리 청소에 나섰다. 모임은 경영대 이민호(25)씨가 주도했다. 그는 비슷한 문제를 해결한 해외사례를 찾아봤다. 이씨는 "일본, 프랑스에선 지역공동체가 노력하고 언론이 이를 홍보하는 선순환을 통해 (불법 전단지 문제가) 해결된 경우가 있어 한번 움직여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오픈채팅방을 개설하고 팔로우 1.5만 명의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활용해 홍보를 시작했다. 쓰레기봉투 등 청소에 필요한 도구는 직접 구매하거나 인근 행정복지센터에서 빌렸다. 매주 한 번씩 10여 명이 모여 전단지를 주운 지 4주. 50리터(L) 쓰레기봉투 두 개를 가득 채우던 전단지는 어느덧 거의 사라졌다.

그사이 경찰 수사에도 진척이 있었다. 경찰은 골목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12일 전단지를 뿌리던 배달원과 이를 지시한 업주를 특정했다.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의 열띤 신고 덕이었다. 경찰은 경범죄처벌법 등 적용 법령이 있는지 검토 중이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는 공공장소에서 광고물 등을 함부로 배포한 사람에게 10만 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인근 지구대, 파출소와 협조해 불법 전단지 살포 여부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샤로수길은 이제 깨끗해졌다. 학생과 지역사회, 사법기관이 합심해 노력한 결과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불법 전단지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장에서 살포 사실을 적발하거나 CCTV로 확인하지 않는 이상 "홍보물을 받은 사람이 버린 것"이라고 발뺌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정빈씨는 "법이 바뀌지 않는 한 비슷한 사례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확실히 해결되는지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재현(22) 서울대 총학생회장도 "전단지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경찰과 공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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