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소상공인 부담' 들어 정책 선회 검토
환경단체 "시행 의지 저하 불 보듯" 비판
환경부가 2025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두 차례나 연기됐던 전국 의무 시행 계획을 철회하려는 시도라 논란이 예상된다.
12일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지역별 자율시행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지자체 및 업계 의견을 수렴 중이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세종과 제주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해 보니 현재로서는 전국 일괄 시행에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시행 지역 성과와 현장 의견 등을 종합해 빠르면 국정감사 이전에 향후 추진방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국 의무화 철회를 검토하는 이유로 ‘소상공인 부담’을 꼽는다. 카페 매장의 반환 컵 관리 부담, 보증금제 적용 매장과 비적용 매장 간의 형평성 문제 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이유로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여부를 지자체에 맡기자’는 내용이다. 환경부의 의견수렴 역시 이 개정안 발의로 시작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주도는 현재 열심히 제도를 이행 중이고 서울시도 최근 2025년까지 자발적으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며 “지역 사정에 맞춰 시행하되 환경부는 지원하는 방향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방향 전환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역별 자율 적용이 오히려 시행 의지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거라는 이유다. 현재 지자체 자율에 맡겨진 일회용품 사용 금지 제도가 그 예다. 환경부는 지난해 이 제도에 1년간 계도기간을 부여하며 “지자체 여건에 따라 실효적으로 집행하라”고 맡겼다. 그런데 최근 환경운동연합이 각 지자체의 일회용품 대응 계획을 평가한 결과 평균 점수가 5점 만점에 2.63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초반 시도됐던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실패를 답습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팀장은 “2002년 시행됐던 일회용컵 보증금제 역시 매장과 지자체의 자율에 맡겼다가 저조한 참여로 5년 만에 폐지됐다”며 “정부가 프랜차이즈 업체 등 참여 주체를 설득할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자율에 맡기는 건 사실상 규제를 포기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시행 9개월 차인 지난달까지 순항 중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달 반환율은 62%로 시행 첫 달 반환율(12%)의 5배가 넘었다. 참여 매장이 초반 522개에서 현재 706개로 늘면서 반환된 컵은 총 313만7,636개로 늘었다. 제주시가 6월부터 미참여 매장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한 의지로 제도를 시행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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