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13일 차… 부축 없이 도보 출석
검찰, 건강상태 고려 압축 질문 예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두 번째 검찰 조사를 받기 앞서 "오늘은 대북송금에 (내가)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는지 한 번 보겠다"며 또다시 검찰을 비판했다. 9일 조사 이후 사흘 만으로, 이 대표가 야당 대표가 된 후 여섯 번째 검찰 출석이다.
이 대표는 12일 오후 1시 23분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검 청사 후문에 도착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차량에서 내려 민주당 박범계·서영교·정청래·천준호 의원 등과 악수를 나눈 후 고검장 출신 박균택 변호사의 안내를 받아 청사로 이동했다. 주변 사람들 부축을 받지 않고 천천히 걸어서 출석했지만, 이날로 13일 째 단식을 한 여파인지 초췌한 모습으로 느릿느릿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번에는 별도 입장문을 준비하지 않고 즉석에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검찰이 제시하는 것 중) 증거라고는 단 한 개도 찾지 못 했는데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검찰의 수사를 정면 비판했다.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선 "북한에 방문해서 사진 한 장 찍어 보겠다고 생면부지 얼굴도 모르는 조폭, 불법사채업자 출신의 부패기업가한테 100억 원이나 되는 거금을 북한에 대신 내주라고 하는 그런 중대 범죄를 저지를 만큼 어리석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저를 아무리 불러서 범죄자인 것처럼 만들어보려고 해도, 없는 사실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또 "국민이, 그리고 역사가 판단하고 심판할 것"이라며 "정권은 짧고, 국민과 역사는 영원한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비판을 빼놓지 않았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 재직 시절 공문 내용을 읽지 않고 결재만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한 뒤 검찰청사로 들어갔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이날 이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재차 조사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였던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스마트팜 조성 대북 사업 관련 500만 달러, 이 대표 방북 목적 300만 달러 등 800만 달러를 경기도 대신 북한에 보내도록 지시하고, 관련 사실을 보고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은 단식 중인 이 대표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압축 조사할 예정이다. 지난 9일 이 대표가 건강상 이유로 조사 중단을 요구해 8시간 만에 조사가 끝났다. 또 이 대표 측은 "진술이 누락됐다"며 날인도 없이 퇴장했다. 검찰은 남은 조사를 위해 이 대표를 다시 소환했다.
검찰은 쌍방울을 통해 북한에 송금된 800만 달러 중 △스마트팜 사업 관련 500만 달러 부분에서의 이 대표 역할 △이 대표의 방북 비용으로 지목된 300만 달러 부분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이 전 부지사의 재판 자료가 이 대표에게 건네진 경위에 대한 이 대표 입장도 물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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