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산재방지 토론회'
"학교 급식실 환경개선과 관련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각 학교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나서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노동·의학 전문가들은 11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학교급식 노동자 폐암 산재 방지를 위한 토론회'에서 이 같은 질타를 쏟아냈다. 학생 먹거리를 책임지는 급식실 노동자가 폐암에 걸리는 상황이 속출하는데, 정부가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전문가들은 급식실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환기시설 확충과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급식 노동자 폐암 실태는 충격적이다. 지난 3월 교육부가 전국 학교 급식실 노동자 4만2,077명을 조사한 결과 1만3,653명(32%)에게서 폐 결절 등 이상소견이 발견됐다. 폐암 의심자는 341명이나 됐다.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급식 노동자는 올해 6월 기준 62명이고 이 가운데 6명은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음식을 튀기거나 구울 때 발생하는 발암물질이 폐암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학교 급식실 노동자의 폐암은 2021년 처음 산재로 인정됐다. 고용노동부는 그해 12월 '학교 급식조리실 환기설비 설치 가이드'를 발표했지만 가이드라인에 그쳐 실효성이 사실상 '제로' 수준이다. 지난해 말 조사 결과 학교 급식실의 99%가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현철 창원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교육부는 교육청으로, 교육청은 학교로, 학교는 내부 담당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다가 담당자가 못한다고 하면 그만두는 상황"이라며 "교육부가 강제로라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위험한 급식실 환경도 문제지만 인원 부족도 심각하다. 전국 초등학교 급식 노동자 한 명이 책임지는 학생은 113명이다. 공공기관 평균 급식실(53명)의 두 배에 달한다. 작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인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노동 강도가 높을수록 유해물질 노출이 높아지기 때문에 인력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역 교육청별로 급식실 배치 기준이 천차만별인데 교육부가 일관성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교육부, 교육청, 고용부 모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동영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방교육재정 불용예산이 6조 원에 달하는데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교육청과 학교에서 인원을 충원하지 않아 급식실 노동자가 아파도 쉬지 못한다"며 "교육부가 관련 지침을 만들고 교육청이 이를 수행한다면 빠른 개선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윤근 소장은 "고용부도 지역 교육청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철저히 해서 환경 개선을 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