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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사립고 야구부 '깜깜이 운영비'… 교육 당국은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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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홍성 사립고 야구부 '깜깜이 운영비'… 교육 당국은 나몰라라

입력
2023.09.27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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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운영비 3000만원 걷어, 일부 학교회계 미편입
잦은 추가 요구, "자녀 불이익 우려 따를 수밖에"
민원 제기… 관할 교육청 미승인 학교라며 '뒷짐'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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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의 한 사립고 야구부 운영 경비가 불투명하게 관리된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학부모들은 올해 초 교육 당국에 민원을 넣었지만 9개월이 지나도록 ‘모르쇠’로 일관한다고 호소한다.

26일 한국일보 취재 등을 종합하면 홍성의 A고는 이달 초 가정통신문을 통해 야구부 소속 학부모들에게 ‘1명당 100만 원의 운영비를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부모들은 8월엔 127만6,040원, 7월엔 86만1,860원을 냈다. 이 학교 야구부 정원은 약 30명. 학생 1명당 100만 원씩 매월 총 3,000여만 원을 걷어가는 셈이다. 이 돈은 야구부 감독과 코치(3명)의 급여 및 4대 보험료, 퇴직적립금 등 인건비와 야구부 버스 임차비에 주로 쓰인다. A고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5월 정산 내역에 따르면 지도자 인건비로 1,970만 원, 버스 임차비로 737만 원이 각각 지출됐다. A고 관계자는 “학교 교사가 아닌 외부 감독, 코치로부터 야구를 배우니 인건비, 운영비를 학생들이 부담하는 것”이라고 했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른 거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A고와 연간 8,844만 원에 임차 계약을 맺은 버스 업체가 다름 아닌 학교 재단 소유라 ‘뒷말’이 나온다. 임차비가 시장가를 상회한다는 의혹도 있다. 해당 지역 전세버스 업체 관계자는 “하루 이동 거리 100km 수준의 통학, 통근 버스의 시세는 월 400만 원 정도”라고 했다. 실제 인근 대전의 B고 야구부 학부모들은 버스 임차비로 월 400만 원을 지불한다.

더 큰 문제는 A고가 인건비와 버스 임차비를 제외한 식비와 숙소 임대료, 버스 유류비, 대회 출전비 등을 학교 회계에 포함시키지 않은 채 학부모 찬조금 형태로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 운동부 관련 후원금은 학교회계에 편입시켜 운영하도록 규정한 학교체육진흥법 위반에 해당한다.

야구부 운영비가 언제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깜깜이’인 탓에 ‘주먹구구식’ 추가 요금 요구도 계속된다는 게 학부모들 항변이다. A고는 지난해 12월, 2022년 3월부터 10월까지 운영비가 부족하니 39명의 학생에게 4,860만 원을 3회 분할로 납부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추가 부담금 미납이 소수라도 발생될 경우 부득이 야구부 경비 일체(식사비, 인건비 등)에 지출할 수 없음을 알려 드린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 입장에선 자녀를 볼모 삼은 일종의 ‘협박’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기숙사에서 쫓겨나거나 밥을 굶을까 싶어 할 수 없이 1명당 180만 원씩 납부했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식비 600만 원 결제가 밀려 식사 제공을 끊겠다는 연락이 와 부랴부랴 모아 준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6년째 '미승인 야구부'

참다못한 학부모들은 올해 초 교육부와 관할교육청에 학부모 부담금을 모두 학교회계에 편입시켜 달라는 감사 민원을 제기했지만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교육 당국은 A고가 사립고인데다 체육특기학교로 승인받지 않아 개입이 힘들다고 해명했다. 충남교육청은 해당 지역의 초중고 연계성, 예산 및 훈련시설 확보 방안 수립, 교육공동체(학교, 지역사회, 관계기관 등)의 공감대 형성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체육특기학교로 승인을 내주고 있다. 승인 학교엔 훈련예산과 운동부 지도자, 창단지원금 등이 지원된다. 야구부가 있는 관내의 공주고와 천안북일고 모두 승인을 받았다. 반면 A고는 2017년 창단 후 6년째 승인 신청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학부모들은 교육 당국의 감시나 관리를 꺼려 승인을 기피하는 것으로 의심한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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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폐교를 면하기 위해 야구부를 이용한 거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학교는 학생 수가 줄어 문을 닫기 직전까지 갔다가 야구부 창단 후 전국 각지에서 선수들을 불러 모은 덕에 폐교 위기를 넘겼다. 이후 2020년엔 문화예술 분야 특성화고로 지정되며 학교 이름을 바꾸고, 거액의 지원금까지 받고 있다. 한 학부모는 “올해에만 벌써 6명의 선수가 학교를 떠났다”며 “이제라도 교육 당국이 적극 나서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홍성= 윤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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