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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퇴도 어려운데"... 경찰, '현장 중심' 조직 바꾼다는데 현장은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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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퇴도 어려운데"... 경찰, '현장 중심' 조직 바꾼다는데 현장은 '부글부글'

입력
2023.09.09 04:00
수정
2023.09.09 11:09
6면
0 0

치안 방점 경찰조직 개편안 이달 확정
'치안 쏠림→수사인력 감원' 우려 비등
"생색내기 증원, 업무만 늘 것" 비판도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경찰관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경찰관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뉴시스

최근 잇따르는 흉악범죄에 맞서 경찰은 민생 치안을 강화하는 쪽으로 조직을 대폭 뜯어고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현장을 중시하겠다는 지휘부 방침에도 정작 내부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증원 없는 인력 재배치는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고, 결국 수사력을 약화시키는 역효과만 클 거란 우려다. 여기에 현장 인력의 전산업무 능력에 대한 감사도 예고되면서 고연차 직원들만 홀대받을 수 있다는 불만도 감지된다.

"치안 강화, 수사 약화·업무 가중 불 보듯"

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이 추진 중인 조직개편은 본청과 시∙도경찰청 내근 인력을 빼내 지구대 및 파출소 현장직을 1,000~2,000명가량 늘리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기능별 통합∙조정을 거쳐 치안특화 조직을 따로 두는 방안도 거론된다. 일선 경찰서 중간 관리자급인 경위∙경감을 실무에 적극 투입시킨다는 방침도 세워졌다. 개편안은 이르면 이달 중순 중 확정된다.

경찰 수뇌부는 “치안 강화의 반작용으로 수사력이 퇴보할 일은 없다”고 자신한다. 현장 반응은 다르다. 벌써 치안 쏠림의 후폭풍을 각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성과로 증원된 수사 인력 1,000여 명이 그대로 순감될 것이란 위기감이 짙다. 수사 업무를 하는 경위급 경찰관은 “이제 겨우 한숨 돌렸는데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도 있다고 하니 간부와 말단 직원을 막론하고 사기가 말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민생치안 최전선에 있는 지구대와 파출소가 반기는 것도 아니다. 전국에 지역관서가 2,000여 곳인 점을 감안하면, 증원 시늉만 내고 업무만 가중될 수 있다는 걱정이 많다. 수도권의 한 파출소 팀장은 “인원이 늘면 한 번 돌던 순찰도 두 번 하라고 하지 않겠느냐”며 “자치단체∙소방과 업무 분장을 확실히 하는 등 구조 전반을 확 바꿔야 해결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잇단 흉기난동 사건에 경찰이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 지난달 5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무장한 경찰특공대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뉴시스

잇단 흉기난동 사건에 경찰이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 지난달 5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무장한 경찰특공대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뉴시스

치안 강화 방향성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최근 흉기난동 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도입된 ‘하루 3시간 이상 도보 순찰’과 같은 물리적 대응으로는 시민들이 원하는 치안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치안 업무에 잔뼈가 굵은 한 경찰관은 “도보로 순찰하다 긴급 출동이 내려지면 기동력만 떨어진다”며 “보여주기식 개선보다 ‘과학 치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내부 불만에도 '당근' 대신 '채찍'

비등하는 일선의 반발을 지휘부가 외면하는 것 역시 문제다. 경찰청은 11일부터 6주간 지구대와 파출소를 무작위로 골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활용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전산 작업에 미숙한 고연차 직원 입장에선 자신들을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읽힐 만하다. 한 지구대 간부는 “오랜 노하우는 무시하고 체계적 재교육도 없이 정량적 기준만 들이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올해 경찰청이 명예퇴직 대상자를 20% 넘게 줄이기로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현장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지휘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들지만, 중간 관리자급 이탈을 막기 위한 ‘꼼수’란 뒷말이 무성하다. 서울 일선서 한 경감은 “9월이 마지막 신청 기회라는 것을 지난달 기습 공지했다”며 “고참에게 순경 업무를 강요하면서 ‘퇴로’도 막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최다원 기자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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