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남성, 도봉산역서 선로로 추락
시민 5명이 협동해 선로에서 구조
소방대 도착 후 안전 확인되자 떠나
주말 저녁 술에 취해 지하철 선로에 떨어져 쓰러진 60대 남성을 주변에 있던 평범한 시민들이 구해냈다. 열차가 금방 들이닥칠 수도 있는 선로에 뛰어드는 위험한 구조를 마다치 않은 이 시민들의 용기 덕분에, 인명 사고를 미연에 방지했다. 취객을 선로에서 끌어올리기 위해 하나로 뭉쳤던 다섯 명의 시민들은, 소방대원들이 도착하자 연락처도 남기지 않은 채 모두 홀연히 사라졌다.
6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3일 오후 8시 25분쯤 "서울지하철 1호선 도봉산역에서 한 승객이 비틀대다가 선로에 떨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60대 남성 A씨는 술에 취한 채 인천 방향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균형을 잃고 대피열차용 선로 아래로 추락했다. A씨는 승강장에 설치된 안전체인을 붙잡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이내 힘이 빠진 듯 휘청이더니 결국 선로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도봉산역은 1호선 급행·완행열차가 모두 정차하는 곳으로, 탑승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중앙 선로에만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다. A씨가 추락한 대피열차용 선로는 급행열차가 완행열차를 추월할 때 완행열차가 정차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선로에 쓰러져 어쩔 줄 모르던 A씨에게 바로 구원의 손길이 찾아왔다. A씨가 추락하는 걸 목격한 남성 2명이 지체 없이 선로로 뛰어내렸고, 주변에 있던 여성 2명과 다른 남성 1명도 A씨가 추락한 7-4번 승강장 쪽으로 모여들었다. 선로 아래로 내려간 남성 2명이 A씨를 일으켜 세운 뒤 승강장 위로 A씨를 밀어 올리는 동안, 승강장 위에 있던 3명은 손을 내밀어 A씨를 잡아당기고 끌어올리는 데 힘을 합쳤다.
폐쇄회로(CC)TV를 통해 상황을 파악한 역무원과 신고를 접수한 경찰·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A씨는 이미 구조된 뒤였다. 머리와 전신에 타박상 등을 입은 A씨는 25분간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건강에 특별한 이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를 구해낸 다섯 명의 시민들은 A씨의 안전이 확인되자 곧바로 현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도봉소방서 관계자는 "선로로 내려갔던 남성 2명은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신원 확인이 어렵다"고 전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대피열차용 선로에는 열차가 진입할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운행 계획을 전혀 알지 못했던 시민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선로로 뛰어들었다. 이승민 도봉산역장은 "승객을 구한 시민들이 이후 홀연히 사라졌다"며 "빠른 대응으로 큰 피해가 없었다"며 다행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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