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작업물 전체 기증, 국립민속박물관 전시
“작품 나간 날 나도 모르게 눈물”
“다시 태어나면 매듭(공예) 안 할 거예요. 한 번 앉으면 5~6시간을 계속해야 하니 너무 힘들고 온몸이 망가집니다. 그래도 완성된 것을 보면 너무 멋있고 예뻐서 매력적입니다.”
40여 년간 전통매듭에 전념한 매듭공예가 이부자(79)씨는 5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힘들면서도 그만둘 수 없는 매듭 공예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최근 평생 만든 매듭 144점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관련 자료까지 합하면 기증품은 모두 160여 점에 이른다. 이날 개막해 11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2에서 열리는 특별전 '매듭'에서 그의 기증품이 공개된다.
매듭은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생활장신구다. 상여의 유소 장식 등 의례에까지 다양하게 활용됐다. 조선시대 왕실에는 매듭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매듭장’과 ‘다회장’(매듭의 재료인 끈목을 만드는 장인)이 있었으며, 이들은 주로 남성이었다.
20세기 초 서양 복식이 유입되면서 매듭의 수요는 줄어들었지만, 1970~80년대 규방공예가 유행하면서 다시 부흥기를 맞이했다. 이씨가 매듭공예를 시작한 것도 이 시기. 1980년대 초, 우연히 신문에서 국가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매듭장 고(故) 김희진(1934~2021)의 소개 기사를 보고 그를 찾아갔다. 이후 그가 운영하는 한국매듭연구회에서 매듭을 배우고, 스승의 작업을 도왔다. 여러 차례 전시회에 출품하고, 전승공예대전에서 일곱 번이나 상을 받았다. 2012년 개인전도 열었다.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 몇 달은 기본이고, 1년 넘게 걸리는 일도 허다했다. 하지만 매듭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몸은 힘들지만 완성된 매듭이 너무 멋있고 예뻐서 힘들어도 (매듭 공예를) 놓지 못하고 40여 년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 기증은 천연염색 연구가 이병찬의 권유로 이뤄졌다. 이병찬은 지난 2013년 국립민속박물관에 천연 염색과 관련 자료 221점을 기증한 바 있다.
이씨는 지난 2~3월 자신의 전 작품을 박물관으로 옮겼다. 기증된 작품 중 대다수가 노리개다. 모시발 발걸이 유소, 주머니, 선추, 목걸이, 묵주, 인로왕번, 보자기 등 다양하다. 전시에는 비취발향 노리개, 은삼작노리개, 옥나비노리개, 마름긴노리개, 모시발 발걸이, 인로왕번, 묵주, 안경집, 조각보 '천상의 계단' 등이 소개된다.
이씨는 "반평생을 바친 작품들이 모두 나간 날, 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 허전함에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며 "이제는 내 작품들이 박물관에 보관돼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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