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계좌 입금 후 환불로 증여세 회피
대행업체 통해서 코인 현금화 세탁도
자금이동·거래내용 추적 어려운 한계
선불충전금 등 온라인 간편결제가 '자금세탁' 창구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간편결제를 제공하는 전자금융업자들의 자금세탁방지(AML) 업무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업계에 후속 관리를 주문했다.
금융감독원은 5일 주요 전자금융업자 20개사를 상대로 작년 8월부터 올 6월까지 간편결제 관련 서면점검과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2019년 7월 전자금융업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도입된 후에도 전반적으로 관련 내부통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간편결제는 비밀번호나 생체정보를 이용해 선불충전금 등으로 간단하게 결제 및 송금하는 서비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금액은 하루 평균 7,326억 원에 달했다.
당국은 간편결제의 가상계좌가 자금세탁 통로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가상계좌는 제3자 누구나 입금할 수 있는 데다가, 입금자의 실명과 계좌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부모가 자녀의 가상계좌에 무통장입금으로 거액의 물품을 구입하고 환불받을 경우, 환불 금액은 부모가 아닌 자녀에게 귀속된다. 증여세 한 푼 내지 않고도 부모가 자녀에게 거액을 증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상자산(코인) 세탁 위험성도 제기된다. 코인 보유자가 가상계좌를 이용해 상품을 주문하고서 코인 결제대행업체에 코인을 전송하면, 대행업체가 무통장입금으로 해당 상품을 대신 결제해주는 방식이다. 이 경우 코인 출처를 추적하기 어려워 자금세탁으로 악용할 수 있다. 상품권 등 환금성 높은 상품을 현금화(속칭 '깡')하는 것도 간편결제로 가능하다.
전자금융업은 회사별 자체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자금이동과 거래내용을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선불충전금 보유한도(200만 원)에도 불구, 충전과 양도에는 제한이 없다. 비대면 거래 방식으로 정확한 고객 정보를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간편결제 시스템 자체가 자금세탁의 길을 열어 놓은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점검 결과 미흡 사항이 확인된 회사에 대해선 경영진의 확약서 제출 등을 통해 실질적 개선이 완료될 때까지 후속 관리하겠다"며 "업계 전반의 AML 인식 제고와 업무역량 강화, 전자금융업에 특화된 AML 체계 확립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