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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과 위성기술 빅딜?... '외톨이' 북러의 판세 뒤집기 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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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과 위성기술 빅딜?... '외톨이' 북러의 판세 뒤집기 역공

입력
2023.09.06 10: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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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거래... 러시아 포탄, 미사일 절실
군사협력... 한미일 압박에 맞서 공조
기술이전... 위성발사 잇단 실패 굴욕
식량공급... 북한 곡물가격 40% 폭등
연대결속... 캠프 데이비드 선언 위기감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인 북한 전승절(7.27)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대화하고 있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인 북한 전승절(7.27)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대화하고 있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외톨이들의 반란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2019년 이후 4년 만에 성사되면 동북아와 국제정세는 다시 요동칠 전망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의 정상외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재래식 무기가 고갈된 러시아는 군수지원,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연거푸 실패한 북한은 기술지원이 다급하다. 하지만 누구도 선뜻 손을 내밀지 않았다. 이에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는 이해관계가 맞물렸다. 한미일 압박과 국제사회의 연대에 밀려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던 북한과 러시아가 기사회생할 수도 있다. 전열을 가다듬어 양측이 다시 도발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고위소식통은 5일 "김 위원장이 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을 계기로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북한 전승절(7월 27일) 이후 각종 국방협의 사안에 대해 합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이후 북한 밖으로 나가는 건 처음이다. 그만큼 다급한 처지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측의 핵심의제는 군사협력이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4일 러시아 남부 휴양지 소치에서 북한과의 연합훈련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왜 안 되나, 북한과 우리는 이웃"이라고 답했다. 7월 전승절 계기로 열린 북러 국방장관회담 이후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강조하는 담화와 보도를 연일 내보냈다. 김 위원장이 최근 이례적으로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한미일 정상 깡패 우두머리"라고 맹비난한 것 또한, 러시아의 극동(태평양함대) 전력과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구체적으로는 무기와 핵심기술 거래에 이목이 쏠려 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두 번째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했지만 또다시 실패했다. 올해 정찰위성 확보를 호언장담한 김 위원장의 체면이 말이 아닌 상황이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재래식 무기고가 바닥을 드러내는 상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러시아와 북한 모두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북한은 정찰위성 관련 군사기술과 장비가 절실히 필요하고, 러시아는 전쟁수행을 위해 포탄과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러 국방장관회담 이후 군사협력방안과 관련해 구체적인 실무협의가 이뤄졌다"고 보고했다.

'식량난'도 김 위원장의 발길을 재촉하는 이유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밀가루는 대부분 러시아산"이라며 "식량 부족이 심각해 푸틴 대통령에게 전반적인 협조를 당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러시아 중부 톰스크주에서 생산된 밀가루의 43%를 수입할 정도다.

코로나19 이후 북한 내 쌀과 옥수수, 감자 등 핵심 곡물의 가격은 적게는 30%, 많게는 40% 폭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 인해 강력범죄가 증가하는 등 북한 내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지난달 경제정책 총괄인 김덕훈 내각총리를 비롯한 간부들을 질책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실제 만난다면 연대를 과시하기 위해 공동성명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한미일 정상이 발표한 공동성명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 맞서려는 것이다. 한미일 중심의 '자유민주주의 연대'에 맞서 '사회주의 연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과 러시아가 발 빠르게 뭉치는 배경에 대해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 선언 등의 상황들을 지켜보며 북한이 큰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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