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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공교육 멈춤'에 일부 학교 파행... 교사들 "더는 물러설 곳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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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공교육 멈춤'에 일부 학교 파행... 교사들 "더는 물러설 곳 없다"

입력
2023.09.05 04:30
수정
2023.09.05 08:59
1면
0 0

서이초 교사 49재 맞춰 '공교육 멈춤의 날'
"우린 점" 전국 교사 참여... 국회 앞 5만 명 운집
'징계 방침' 교육부는 "원칙 유지" 조희연 "철회를"
이주호, 저녁 국회 예결위에선 "징계할 일 없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지난 7월 숨진 교사의 49재일인 4일 세종시 한 초등학교에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교사들은 이날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서이초 교사를 애도했다. 세종=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지난 7월 숨진 교사의 49재일인 4일 세종시 한 초등학교에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교사들은 이날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서이초 교사를 애도했다. 세종=연합뉴스

교육부가 징계 등 강경 대응 엄포를 놨지만 교권 붕괴로 누적된 교사들의 절망과 분노를 막지는 못했다. 지난 7월 숨진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에 맞춰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한 전국의 교사들은 병가·연가를 사용해 집단 휴업했고 국회 앞 집회에도 약 5만 명이 참가했다. 초유의 집단행동으로 일부 학교에서는 수업 등 학사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임시휴업한 초등학교는 서울 서이초와 신목초 등 숨진 교사들이 재직했던 학교 2곳을 포함해 전국 38곳으로 집계(오후 5시 기준)됐다. 지난달 29일까지 17곳으로 파악됐는데 당일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스스로 '점'이라 칭하며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병가와 연가 등을 써 휴업에 동참한 교사들은 족히 수만 명으로 추산됐다. 시도교육청과 교원노조에 따르면 부산 1,500여 명, 경남 1,300여 명, 강원 600여 명 등 지역별로 다수의 교사가 병가 등으로 결근했다.

오후 4시 30분 열린 국회 앞 추모집회에는 평일인데도 주최 측 추산 5만 명의 교사가 운집했다. 주최 측은 충청권과 대구,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도 7만 명 이상 모인 것으로 추정, 총 12만 여명이 결집한 것으로 봤다.

교사들 공백에 일부 학교에서는 학사 일정이 파행 운영됐다. 서울 강서구 한 공립초등학교는 학년별로 교사 1명이 학생 생활지도를 담당하고, 대다수 교사는 추모식 등에 참가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정상 수업이 불가능하고 남은 교사들이 돌봄만 하는 단축 수업을 했다"며 "무너진 교실 회복이 절박하다는 한 가지 마음으로 많은 교사가 동참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결원 보충을 위해 본청과 직속기관 인력 300여 명, 교육지원청 11곳의 550여 명을 관내 학교들에 보냈다. 일부 장학사와 행정 공무원들도 대체 인력으로 투입됐다. 교사 360여 명의 병가 등 휴가 사용을 파악한 광주시교육청도 420명의 인력을 확보하는 등 각 시도교육청도 지원에 분주했다.

교육부가 학교별 재량 휴업을 불법이라며 제동을 걸자 다수의 학교장들은 임시휴업 대신 단축 수업을 택하기도 했다. 인천의 한 공립초등학교는 가정통신문에서 "교육부 지침에 따라 임시휴업을 못 해 전교생 4교시 수업 및 급식 후 하교를 실시한다며 학생의 학습권 보장과 교사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결정에 양해바란다"고 했다.

학교장의 뒤늦은 결정으로 혼선이 빚어진 현장도 잇따랐다. 경기 남양주시 한 공립초등학교장은 "오늘 병가 신청은 특정 의도의 행위"라며 반려했다가 점심 무렵 "교장이 볼품없다. 교사들 마음을 헤아려 승인한다"고 방침을 바꿨다. 이에 급히 행정직과 일부 학부모가 교실에 투입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날 아침 교사의 결근 규모를 확인해 학부모에게 등교 여부에 관해 묻는 긴급 알림을 보냈으나 이미 등교한 아이들이 많아 영화를 보게 하고 하교시킨 학교도 있었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 참가한 교사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 참가한 교사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교사들은 전국 각지 추모식에서 헌화하고 교권 회복 관련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서울의 한 14년 차 교사는 "깊은 상처를 입고 참아 온 교원들이 너무 많다. (법안 통과 등으로) 달래줄 테니 좀 참아보라는 건 너무 아픈 사람들에겐 들리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일부 교사들은 공교육 정상화로 갈 수 있는 중대 분수령이 될 이날 하루마저 징계 경고 등으로 교사들의 집단행동을 저지하려 한 교육부에 반발감이 더욱 커졌다고도 했다. 한 교사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징계보다 변하지 않는 현실이 더 두렵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집단행동 징계에 대해 "추모의 날이니 말을 삼가겠다"면서도 엄정 대응 방침이 변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병가·연가는 기록이 남는 만큼 추후 대응해도 된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집단행동을 위한 수업일의 연가나 병가 사용, 재량 휴업 등은 학습권을 침해하는 불법 '우회 파업'으로 간주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날 "교육부가 법을 준수할 필요는 있지만 어느 정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며 여지를 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저는 연가와 병가를 쓴 교사들에게, 결재를 앞둔 교장에게 징계를 내릴 수 없다"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징계 방침을 철회해달라"고 밝혔다. 집단행동을 불법이라 규정하고 엄정 대응을 강조해온 이 부총리는 이날 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추모에 참가한 교사들의 징계를 검토하지 않겠다. 교사들을 징계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는 교권을 확실히 챙기겠다"고도 했다.



손현성 기자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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