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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일대일로 탈퇴' 기정사실화... 중국 "양국 관계 악화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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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일대일로 탈퇴' 기정사실화... 중국 "양국 관계 악화 없을 것"

입력
2023.09.04 17:15
수정
2023.09.04 23: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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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니 이탈리아 부총리, 중국 방문 앞두고
"일대일로, 기대한 성과 못 가져왔다" 발언
사실상 '탈퇴' 예고... 중국도 '수용' 분위기

안토니오 타자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 타자니 부총리는 3일부터 사흘간 중국을 방문해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등을 만날 예정이다. AP 연합뉴스

안토니오 타자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 타자니 부총리는 3일부터 사흘간 중국을 방문해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등을 만날 예정이다. AP 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참여했던 이탈리아가 '탈퇴'를 기정사실화했다. '기대만큼의 성과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겉으로는 '탈퇴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양국 관계의 근본적 훼손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마지못해 용인하는 모습이다.

4일 홍콩 명보는 안토니오 타자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전날 중국에 도착했다면서 "타자니 부총리는 5일까지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등을 만나 양국 간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방중에서 이탈리아 측은 자국의 일대일로 참여 상황을 종합 평가하고, 일대일로 참여 협정 갱신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라고 명보는 전했다.

다만 이탈리아의 '탈퇴'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분위기다. 타자니 부총리는 방중 직전인 2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한 경제 포럼에 참석해 "일대일로 사업 참여는 우리가 기대했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참여국도 아닌 프랑스와 독일의 지난해 대(對)중국 수출액이 각각 230억 유로(약 32조 원)와 1,070억 유로(약 152조 원)였던 반면, 이탈리아는 165억 유로(약 23조 원)에 그쳤다. 일대일로 참여가 이탈리아의 국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번 방중은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 결정에 대한 중국의 이해를 구하는 자리'임을 시사한 셈이다.

일대일로는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발표한 글로벌 경제 프로젝트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육상 및 해상으로 연결한 거대 경제권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이탈리아는 2019년 중국과 에너지·항공·우주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취임한 후부터 이탈리아는 탈퇴 의사를 내비쳐 왔다. 멜로니 총리는 올해 6월 하원의원들을 만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도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귀도 그로세토 국방장관도 7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4년 전 (일대일로) 참여 결정은 즉흥적이고 형편없는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중국과 이탈리아 간 MOU는 5년 단위로 자동 갱신되기 때문에 체결 5년 차가 되기 전인 올해 12월까지 갱신 또는 탈퇴를 결정해야 한다.

중국도 이탈리아와의 '결별'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4일 타자니 부총리 방중 소식을 전하며 "만약 이탈리아가 반중 기류에 휩쓸려 일대일로를 탈퇴한다면 엄청난 투자 기회를 잃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탈리아가 협정을 갱신하지 않기로 결정해도 중국과 이탈리아 간 관계의 근본적 악화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지향하는 흐름 속에서 이 사안을 외교적 갈등으로 끌고 가진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시인훙 중국 런민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은 이탈리아가 일대일로를 탈퇴하지 않도록 계속 설득하겠지만, 이탈리아가 결정을 바꿀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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