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봉고 대통령, 반역죄로 체포·가택 연금
56년 장기집권 온딤바 가문, 한국과 인연 각별
예능 프로그램 출연… 지난해 尹과 정상회담
아프리카 가봉에서 군부 세력 쿠데타로 축출된 알리 봉고 온딤바(64) 대통령이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42년간 장기 집권한 아버지 오마르 대통령에 이어 지난 14년간 집권한 봉고 대통령은 8년 전 국내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가봉 군부는 이날 국영 가봉24 TV 방송을 통해 "모든 안보·국방력을 대표하는 우리가 권력을 장악했다. 가봉의 정부와 국회, 헌법재판소 등 모든 국가 기관을 해산한다"고 밝혔다. 2009년 10월 집권한 봉고 대통령은 최근 대선 결과에 따라 3연임이 확정됐다. 다만 이번 쿠데타로 축출되면서 반역죄로 체포, 가족과 함께 가택 연금된 상태다.
한국과 인연… 한국인 경호실장·'무한도전' 출연
56년간 장기 집권하며 권력을 유지한 온딤바 가문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아버지 봉고 대통령은 42년 재임 기간 동안 한국을 네 차례나 방문했다. 그는 박정희(1975년), 전두환(1984년), 김영삼(1996년), 노무현 전 대통령(2007년)을 모두 만났다.
아들 봉고 대통령은 8년 전인 2015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방송인 정준하가 가봉 대통령 경호실장으로 근무하던 한국인 박상철씨에게 한식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가봉을 방문했는데, 이때 박씨의 주선으로 봉고 대통령과의 만남이 성사됐다.
봉고 대통령은 방송에 출연해 "1975년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면서 "한국인들이 일하는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잊지 않고 있다가 한국 경호팀을 꾸리고 싶었다"면서 한국인 경호실장을 둔 이유를 밝혔다. 정준하는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씨가 가봉 국기의 색깔을 활용해 제작한 한복을 선물했고, 봉고 대통령은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지난해 수교 60주년… 尹 대통령과 정상회담
지난해 7월에는 수교 60주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과 봉고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졌다. 가봉은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는 한국과 최초로 1962년 수교했다. 봉고 대통령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협조하겠다며 "다른 국가들의 요청이 있으나 부산을 지지하는 데 필요한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당시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가봉은 2020년 5월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구매하기 위해 전세기를 보내면서 귀국길이 막힌 우리 국민을 태워 귀국시킨 일이 있었다"고 인연을 설명하기도 했다.
영부인 한국인 비서관 1명 체포...유엔 "쿠데타 규탄"
이번 쿠데타로 대통령 부인의 비서관으로 근무해온 한국인 1명도 군부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소식통은 연합뉴스에 "영부인 비서관실에서 일하던 한국인이 군부에 체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 경호실에도 3명의 한국인 경호관이 있는데, 이들은 체포되지 않은 채 경호실 내 숙소에 있다"고 말했다.
주가봉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가봉 내 한국 교민은 대사관 직원 및 가족 11명을 포함해 총 44명이다. 이 중 현지 체류 중인 한국인 33명이다. 체포된 비서관 외 다른 교민은 안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는 가봉을 향해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사태 해결과 봉고 대통령의 신변 안전 보장을 촉구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유엔 사무총장은 선거 이후의 위기를 해결하려는 수단으로써 벌어진 쿠데타 시도를 단호히 규탄한다"며 "그는 군사 쿠데타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뜻을 재확인했다"고 30일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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