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 '인터내셔널 풋볼 아카데미' 설립
어린이 300명 대상 '학원 축구' 교육 나서
"여건 맞고 기회 되면 감독직 복귀 가능"
‘축구의 변방 국가’ 베트남을 단숨에 아시아의 다크호스로 올려놓으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박항서(64) 전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이 현지에서 어린이 축구 인재 양성에 나선다. 올해 1월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5년 4개월간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유망주 육성’이라는 방식으로 베트남과의 인연 2막을 연 것이다.
박 전 감독은 3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이름을 딴 ‘박항서 인터내셔널 풋볼 아카데미’를 연다고 밝혔다. 7세와 9세, 11세, 13세 어린이 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유소년 축구 교실이다.
목표는 베트남 어린이들이 선진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접하고 세계 무대로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박 전 감독은 “그간 베트남에서 많은 격려와 지지, 사랑을 받았다. 잘할 줄 아는 게 축구밖에 없어 축구로 보답하려 도전에 나섰다”며 “베트남은 학원 축구가 많이 발전하지 않았는데, 우리 아카데미를 통해 새롭고 강력한 풀뿌리 축구 시스템이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터내셔널(국제)’이라는 단어를 이름에 넣은 것도, 아이들이 ‘베트남’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앞으로 해외 교류 프로그램도 만들어 재능 있는 선수들이 더 넓은 무대에서 꿈을 펼칠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박 전 감독은 “베트남도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향후 아시아 정상, 더 나아가 세계의 축구 강국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박 전 감독은 아카데미 운영을 하고, 현장 지휘는 한국인인 신종영 감독이 맡는다. 대신 박 전 감독이 직접 선발하고 가르친 베트남인 코치와 조교들이 어린이 교육을 담당한다.
아카데미 설립 전 잡음도 있긴 했다. 최근 베트남 곳곳에선 ‘박항서 축구 아카데미’를 사칭한 사기 범죄가 수차례 발생해 학부모들이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아카데미 측은 피해 학생 구제를 위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박 전 감독이 ‘꿈나무 양성’에 발을 디디긴 했으나 현장을 완전히 떠난 건 아니다. 그는 향후 감독직 복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나름 동남아시아 지역에선 검증받았다고 생각한다. 환경이나 조건이 맞고 적당한 팀이 나타나면 도전해 볼 생각은 있다”고 답했다.
2017년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박 전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였던 대표팀을 92위까지 끌어올려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자상한 리더십 덕에 현지에서는 ‘파파박(박 아버지)’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30일 기자회견장에는 베트남 축구협회 관계자와 현지 취재진 등 100여 명이 몰려 그의 새 출발을 응원했다.
쩐꾸옥뚜언 베트남축구연맹 회장은 “아카데미 설립이 한국과 베트남 간 우호·협력을 더욱 돈독히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마이득쭝 베트남 여자축구대표팀 감독도 “박 전 감독의 도전을 통해 베트남 축구 유망주들이 성장하고 향후 그들이 국가대표로 활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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