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 희망 찾기 기자간담회
"보장성 확대는 좋지만 갈 길 멀다"
실업급여 수급 요건 높고 절차 험난
"손님 만나러 가다가 넘어지는 사고로 어깨 탈골이 온 대리기사 조합원이 있거든요. 요즘 깁스 끼고 그냥 일합니다. 산재보험 휴업급여 받은 게 너무 적어서 도저히 애들 먹여 살리기가 힘들다고요. 아파도 그냥 나가서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
"최근 배달 라이더 400명 실태조사를 했습니다. 실업급여(구직급여) 수급 경험자가 '0명'입니다. 제도상 부분실업 인정이 안 되니까, 모든 플랫폼에서 계정정지 등으로 일감을 구할 수 없게 되거나 전년도보다 30% 이상 소득이 줄어든 상태로 3개월을 견뎌야 합니다. 그렇게 버텨서 받는 돈이 최저임금도 안 되는데 누가 받으려 할까요."(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산재·고용보험 등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장이 외견상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실질적 보장 정도는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료는 따박따박 세금처럼 내고 있는데, 정작 혜택 받기는 힘들어 일선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국가 주도 보험사기'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는 것이다.
플랫폼 노조와 시민사회 연대체 '플랫폼 노동 희망찾기'는 30일 '플랫폼 노동에 사회보험 제대로 작동하고 있나'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전국대리운전노조, 라이더유니온, 웹툰작가노조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플랫폼 노동자는 '전 국민 고용보험' 정책에 따라 고용보험은 지난해 1월부터, 산재보험은 전속성 요건 폐지로 올해 7월부터 가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보험 급여가 너무 적고 실업급여는 수급 문턱도 너무 높아 실제 이용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월 소득 300만 원인 배달 노동자가 휴업급여를 신청하면 고용노동부 공시에 따라 경비율 27.4%를 제한 '실소득(217만 원)'에 70%를 곱한 152만 원을 급여로 받게 된다. 전속성 요건 폐지로 보험 가입 문턱은 낮아졌지만, 최저임금에 맞춰주던 급여액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월 300만 원 받다가 휴업급여 150만 원 받으면 버티는 라이더가 얼마나 되겠냐. 결국 붕대 감고 나와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구교현 위원장은 주장했다.
실업급여는 수급 자격 충족이 어렵거니와, 관련 행정 미비로 필요한 서류를 떼기도 험난하다고 한다. 일반 근로자라면 사업주가 실업급여 신청에 필수적인 '이직확인서'를 작성해줄 의무가 있다. 반면 플랫폼 노동자는 계약이 끝나거나 일방적 계정정지를 당해도, 플랫폼이나 소속업체가 '노무제공계약 종료 확인서' 발급을 거부하면 실업급여를 신청할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이창배 대리노조 교육국장은 "운전 중 고객이 폭력을 행사해서 정차한 대리기사가 있었는데 이후 주정차 금지구역에 차를 댔다는 이유로 업체에서 영구정지(해고)를 당했다"며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계약 종료 확인서가 있어야 하는데 업체는 못 준다고 하고 고용센터도 '그럼 어떡하죠'라는 반응이었다"고 밝혔다. 노조가 나서서 수급 신청을 도우려 해도 일선 고용센터나 노동 당국은 매뉴얼이 없다며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해당 기사는 결국 수급을 포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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