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학회, 지방외교 역량 강화 학술회]
지방외교 한계 지적 발언에 한때 설전
"기후환경·교통·노동 등 영역 확대해야"
“과연 우리 지자체에 외교적 성과를 만들어 낼 역량이 있습니까?”(서재권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중 관계가 이렇게 악화해도 양국 지자체들끼리는 교류를 심화시키고 있어요. 이것만 해도 성과죠!”(문인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그래도, 지자체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서 교수)
“아니, 국가끼리 사이가 안 좋을 때 더 필요한 게 지방외교죠. 지자체가 아니면 누가 그 멀어져 가는 끈을 잡겠습니까?”(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28일 부산 부경대에서 열린 공동학술대회에서 때아닌 설전이 벌어졌다. 한국동북아학회가 ‘대전환기 한반도 정세 변화와 지방외교의 발전 방안’이란 주제로 마련한 자리였다.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국정과제 실현 동력으로 주목받는 지방외교를 발전시키고, 이를 위한 지자체 역량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에서 지방외교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이 나온 게 발단이었다.
지방외교의 한계에 대한 지적은 계속됐다. ‘지방외교는 임기 4년짜리 단체장들의 개인기, 선호도에 따라 춤추는 정책’ ‘지방외교는 경제ㆍ산업 이슈 중심’ ‘산업자원부가 외교를 하는 격인데, 제대로 될 리가…’ 등등 국제 교류ㆍ협력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수십 년간 이어진 각 지자체 지방외교의 문제에 대해 냉정한 진단이 내려졌다.
결국 토론회 사회를 맡은 김범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이 “국가 관계에 초점을 맞췄을 때 놓칠 수 있는 것들을 지방정부가 챙기는 것 자체가 국익이고 외교로 볼 수 있다”며 중재에 나선 뒤에야 분위기가 다소 진정세로 돌아섰다.
치열한 논쟁이 역설적으로 지방외교의 필요성을 부각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실제 지방외교가 국가외교를 보조함으로써 국가 전체 외교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과제들이 제시됐다.
김형수 학회장은 “국방과 함께 외교를 국가사무로 보고, 지방정부는 외교를 할 수 없다는 시각이 있지만, 헌법과 지방자치법엔 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며 단체장의 4년 임기와 무관하게 국제교류ㆍ협력이 안정적으로 가기 위한 지방외교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부영 연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전권한성의 원칙’이 지방자치의 세계 기준이 되고 있다”며 독일 등 선진국 지방정부의 대외 활동 사례를 적극 공유했다. 전권한성의 원칙은 헌법에서 국가 사무로 규정한 것이 아닌 이상, 지역 공동체 이익ㆍ주민 생활과 관련된 지자체 사무는 지자체가 임의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이다.
참석자들은 지방외교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데에도 주목했다. 국제 사회가 안보 중심의 전통적 외교만으로는 돌아가긴 힘든 측면이 커지는 만큼 지방외교 운신 영역은 더욱 확대됐다는 것이다. 김상규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1992년 리우에서 지구 환경 보전 문제를 논의하면서 지방정부 역할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한참이 지난 최근에서야 지방정부가 주목받고 있다”며 “노동, 인권, 교통, 복지 등 주민 생활과 연관된 것들이라면 협력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잼버리 사태’를 촉발한 지방정부의 낮은 ‘글로벌스탠더드’ 인식 수준을 올리고 유사한 사건 재발방지 차원에서라도 지방외교 활성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교수는 “많은 국제 행사를 치르면서 국제 행사를 소화할 공무원이 늘었는데, 이번엔 그들이 보이지 않았다”며 “지방외교 활성화로 지자체 공무원의 세계적 감각을 키우고, 지자체들도 세계 다른 도시와 경쟁해야 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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