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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란, 드러나지 않는 네 번째 '마스크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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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란, 드러나지 않는 네 번째 '마스크걸' [인터뷰]

입력
2023.08.29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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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란, 넷플릭스 '마스크걸' 인터뷰
"어디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작품이죠"
고현정과의 호흡 어땠을까

29일 염혜란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제공

29일 염혜란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염혜란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전작의 임팩트가 떠오르지 않는다. '더글로리' '경소문' 등 유독 강렬한 역할을 도맡았는데도 매번 새롭고 신선함으로 대중의 눈과 귀를 압도하는 마성의 연기자다. 이번 작품에서 노인의 마스크를 쓰고 나타난 염혜란은 장총을 들고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쫓으며 존재만으로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을 안겼다.

29일 염혜란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18일 공개된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고현정·나나·이한별)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 마스크걸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극 중 염혜란은 마스크걸에 의해 아들을 잃은 엄마 김경자 역을 맡았다. 김경자는 일찍 남편을 여의고 홀로 아들을 키웠으나 아들을 잃고 아들을 죽인 김모미에게 똑같은 고통을 각오하는 인물이다.

이날 염혜란은 '마스크걸' 완성본을 본 감상을 전했다. "어디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작품"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깊은 애정을 덧붙였다.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광기에 찬 김경자를 표현하기 위해 염혜란은 고심에 찼다. 대본은 흥미로웠지만 수위에 대한 우려가 깊었단다. "김경자는 파격적인 인물이기에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고민이 있었죠. 공감과 비판이 함께 있어야 했어요. 그의 모성애를 어떻게 봐야 할까, 그에겐 비난받아야 하는 지점이 분명히 있어야 했고 균형을 맞춰야 했습니다."

결코 소화하기 쉽지 않은 인물이지만 염혜란은 김경자가 갖고 있는 신선함에 매료됐다. 그는 "이렇게 강렬한 노인이 장총을 들고 나타나다니. 노년 배우가 연기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촬영하는 순간 못할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든 연기였다"면서도 "다양한 모미를 만나는 재미가 있었다. 마음이 다르고 하는 말이 다르다. 세 모미를 만났을 때의 모습이 다르기에 관통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느낀 바를 전했다. 특히 고현정이 분한 모미를 마주하는 김경자를 위해 염혜란은 긴 시간 특수분장에 임했다. 그 역시 또 하나의 '마스크걸'인 까닭이다. 특수분장으로 김경자의 또 다른 얼굴을 입은 염혜란은 당시를 두고 자신 역시 마스크를 썼다는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염혜란은 목포 출신이라는 설정 속 대사를 더욱 맛깔나게 뱉기 위해 목포 출신 배우를 모셔놓고 고증까지 임하며 김경자가 갖고 있는 투박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생경하게 살렸다.

29일 염혜란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스크걸' 영상 캡처

29일 염혜란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스크걸' 영상 캡처

세 배우가 한 캐릭터를 연기한 김모미와 달리 염혜란은 긴 전개 내내 김모미의 옆에서 복수를 꿈꾸며 등장한다. 염혜란은 1부에서는 '보통의 엄마'를, 2부에서는 모성과 아들에 대한 입체적인 감정을 전달하고자 했다. 또한 3부에서 김모미의 딸 김미모를 13년 동안 지켜보다가 복수하는 장면을 위해 인물을 더욱 이해하고 다가갔다. "작품을 다 끝나고 나선 김경자에게 연민이 생겼어요. 이 작품의 매력이죠. 물론 김경자는 너무 나쁘지만 측은지심이 들더라고요. 이런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마스크걸'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경자가 갖고 있는 뒤틀린 모성을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염혜란, 그리고 김용훈 감독은 셀 수 없는 대화를 나눴단다. '모성애'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미디어가 만든 프레임을 경계하고 복합적인 인물을 완성했다.

염혜란은 공개 직후 화제성을 장악한 안재홍의 변신을 가장 먼저 목도한 배우기도 하다. "너무 좋았다. 너무 감쪽같지 않냐"면서 "그의 변신을 지켜보는 게 행복했다. 안재홍이라는 배우가 여러 시도 끝에 댄디한 도시남자로 우뚝 섰는데 이런 용기를 냈다. 당신의 행보를 축복하고 최고라고 말하고 싶었다. 마치 훈남에서 어둠으로 들어간다. 너무 배우로서 매력적이다"라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두 배우의 각기 다른 각오는 '마스크걸'의 명장면을 탄생시킨 비결이다. 현장에서 언어를 바꾸고 호흡을 달리 하면서 김경자와 주오남의 엇갈린 가족애를 표현했다.

고현정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두 사람은 과거 '디어 마이 프렌즈'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후배이자 동생인 염혜란은 고현정에 대한 남다른 존경심을 드러내면서 "저를 막대해주셨으면 좋겠다. 연락을 많이 하지 않아도 늘 응원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감사했다. 제겐 너무 대선배님"이라면서 "고현정 선배님과 첫 씬이 육탄전이어서 부담감이 엄청 컸다. 그런 부담감을 촬영 시작하면서 내려놓을 정도로 기분 좋게 합을 맞췄다.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선배님이 힘든 티를 전혀 안 내신다. 몸을 정말 불사른다"고 감탄했다.

그러면서 염혜란은 "고현정 선배님은 연기를 많이 덜어내는 용기가 있고 저는 부러웠다. 김경자는 모든 게 발산되고 꽉꽉 채워진다. 반면 김모미는 에너지를 덜어낸다. 그럼에도 존재하는 것만으로 카시르마가 있다. 현장에서는 나른한 카리스마라고 부를 정도로 등장만으로 집중하게 만드는 선배의 내공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29일 염혜란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제공

29일 염혜란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제공


2000년 연극 '최선생'으로 데뷔한 후 '도깨비' '슬기로운 감빵생활' '라이브' '동백꽃 필 무렵' '경이로운 소문' 시리즈 등 염혜란을 향해 수많은 러브콜이 쏟아졌다. 그가 소화하는 인물마다 실제 살아 숨쉬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진다는 호평이 주를 이뤘다. 최근에는 '더글로리'로 농익은 연기를 선보이며 깊은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다작 행보를 두고 염혜란은 "시대를 잘 탔다.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보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기에 수요가 생겼다"면서 "예전이라면 꿈도 못 꿨을 것이다. 과거엔 제가 개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에둘러했다. 캐릭터가 애매하다고 살을 찌우라고 하더라. 제가 가진 얼굴이 한계가 있다. 이를 인정하고 어디서 많이 본 얼굴, 평범함의 스펙트럼과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과거 한 인터뷰를 통해 염혜란은 '제2의 라미란'을 꿈꾼다는 목표를 전한 바 있다. 이를 묻자 염혜란은 "아직 멀었다. 라미란이 갖는 상징성이 있다. 미란 선배님은 비중이 작을 때부터 차근차근 스펙트럼을 확장시켰고 주인공이 됐다. 여자 배우로서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 행보가 갖는 상징성이 있다. 가장 평범해 보이는 것 같은 인물이 가장 큰 롤을 하는 것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마스크걸' 공개 후 대중의 응원도 폭발적으로 이어졌지만 함께 임하는 동료들의 반응은 염혜란에게 또 다른 원동력이 됐다. 송혜교 김혜수 등 여러 배우를 언급한 염혜란은 "대중이 주는 사랑과 다른 색깔의 응원이 있다. 아주 사소한 것도 얼마나 공이 들어간 지 안다. 너무 감사하다. 누군가가 제게 오래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이 감사했다. 저도 그래서 오래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쉼 없이 히트작을 내놓은 까닭에 지금의 염혜란을 두고 '전성기'라는 무거운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스스로에게 '지금 행복할 텐데 순풍 불 때 조심하고 중심을 잘 잡아라'라고 말하고 싶어요. 전성기라는 생각은 최대한 안 하려고 해요. 정점이면 좋은 일만 있나, 내려갈 일만 있으니깐요. 저는 길을 계속 걷는 느낌일 뿐 정점이나 끝이라고 생각은 안 하려고요 해요. 그저 제가 걷는 길 중 한 지점일 뿐이죠."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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