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와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 감독 제자 영화
'잠'은 봉 감독 문하생이... '천박사'는 '박봉' 연출부
유재선 감독 "나도 모르게 봉 감독 따라 하려 발버둥"
올여름 한국 영화 빅4로 꼽힌 '밀수'와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공통점이 있다. '밀수'의 류승완 감독과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감독은 박찬욱 감독 연출부 출신이다. 류 감독은 '삼인조'(1997), 엄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2005) 연출부원으로 각기 일했다.
박찬욱 감독 연출부 출신뿐만 아니다. 박 감독과 함께 한국 영화 간판인 봉준호 감독의 연출부 출신 영화들 역시 극장가에 선보인다. 6일 개봉하는 영화 '잠'의 유재선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 연출부 일원이었다. 다음 달 추석 연휴를 겨냥해 선보일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의 김성식 감독은 봉 감독의 '기생충'(2019)과 박 감독의 '헤어질 결심'(2022) 연출부원이었다. 바야흐로 한국 영화계는 '박봉(박찬욱·봉준호) 키드'가 대세다.
제자들의 활약은 스승 못지않다. '밀수'는 28일까지 497만 명,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333만 명을 모아 여름 개봉 한국 영화 중 1, 2위에 각기 올랐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내년 3월 열릴 제96회 미국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상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 최근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 출품작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었고, 지난해 출품작은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였다. 박 감독과 제자들이 3년 연속 바통을 주고받으며 한국 영화를 대표한 셈이다.
유재선 감독의 '잠'은 지난 5월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됐다. 칸영화제 첫 상영회에서 사회자가 "봉 감독의 조감독(Assistance)"이라고 유 감독을 소개하자 객석에서는 작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김성식 감독의 '천박사 퇴마 연구소'는 추석 대목을 정조준하고 있는데, 신인 감독 영화가 명절 연휴에 개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는 류승완 감독이 아내 강혜정 대표와 함께 설립한 영화사 외유내강이 제작했다.
문하생들 영화에는 거장의 가르침이 깃들어 있다. 유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촬영 준비, 후반 작업, 배우를 상대하는 모습 등 ('잠'을 연출하며) 봉 감독님을 따라 하려고 발버둥 치는 제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만들기에 대한 모든 것을 '옥자'를 통해 배운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배우 이선균과 정유미는 봉 감독 소개로 '잠'에 출연하게 됐다. 엄태화 감독은 최근 국내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박 감독에게 중간 편집본을 보여드렸을 때 '시간이 주어지는 한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해 주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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