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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조종사보다 똑똑하지만 살인 죄책감이 없다...AI 무인전투기의 '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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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조종사보다 똑똑하지만 살인 죄책감이 없다...AI 무인전투기의 '괴력'

입력
2023.08.28 18: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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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최근 인간 원격제어 필요 없는
AI 무인기 '발키리' 첫 시험비행 성공
저렴하고 능력 출중... 미중 전면전 염두

미 공군과 방산업체 크라토스가 개발한 무인 AI 전투기 '발키리'. 크라토스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미 공군과 방산업체 크라토스가 개발한 무인 AI 전투기 '발키리'. 크라토스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미국 공군의 차세대 무인전투기 ‘발키리(XQ-58A)’가 최근 첫 시험 비행에 성공하면서 복잡한 질문을 던졌다.

미군의 MQ-9 리퍼를 비롯해 현재까지 전장에 투입된 무인기는 인간이 지상 통제소에서 비행을 원격 조종해야 했다. 날아갈 방향을 스스로 정하는 발키리는 AI가 자체적으로 주변 위협요소를 식별하고 평가한 뒤 인간 조종사에게 공격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할 뿐이다. 발키리와 연동된 F-15 전투기에 탑승해 시험비행에 나선 로스 엘더 소령은 “매우 이상한 느낌이었다”며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무언가의 날개에 의존해 날았는데 그건 사람의 두뇌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전투기 편대 '윙맨' 역할... 미중 전면전 염두도

중국군이 대규모 대만 봉쇄 훈련을 벌였던 지난해 8월 4일 당시 대만과 인접한 중국 푸젠성 핑탄섬에서 중국 군용 헬기가 관광객들의 위를 날아가고 있다. 핑탄=AFP 연합뉴스

중국군이 대규모 대만 봉쇄 훈련을 벌였던 지난해 8월 4일 당시 대만과 인접한 중국 푸젠성 핑탄섬에서 중국 군용 헬기가 관광객들의 위를 날아가고 있다. 핑탄=AFP 연합뉴스

미 공군과 방산업체 크라토스 솔루션즈가 개발한 발키리의 최고 속도는 시속 1,050㎞, 최대 항속거리는 3,941㎞로 가시거리 밖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8발을 장착할 수 있다. 적의 레이다망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성능까지 갖췄다.

미 공군은 발키리를 전투기 편대의 ‘윙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최우선 검토하고 있다. 윙맨은 편대비행을 지휘하는 리더 전투기 곁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전투기다. 적기 위치를 파악하는 등 리더 전투기를 엄호하는 것이 주된 임무다. 리더 입장에선 가장 신뢰할 만한 전투기인 셈이다.

발키리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중 간에 벌어질 전면전에서 킬러 무기로 쓰일 수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중국이 본토 해안선과 남중국해 곳곳의 인공섬에 수천 발의 대함·대공 미사일을 배치한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유인 전투기와 무기체계로는 제공권 장악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소수의 최첨단·초고가 유인 전투기에 의존하는 미군의 전략으로는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의 목표는 더욱 예측 불가능하고 치명적인 공군을 만들어 중국의 모든 움직임에 더 큰 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큰 매력은 가성비... 기존 전투기 20분의 1 가격

미군 무인기 MQ-9 '리퍼'가 2020년 11월 7일 네바다 시험훈련구역에서 비행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미군 무인기 MQ-9 '리퍼'가 2020년 11월 7일 네바다 시험훈련구역에서 비행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무인 AI 전투기의 가장 큰 매력은 '가성비'다. 연간 발키리를 50대 생산한다고 가정할 때 1대당 가격은 400만 달러(약 53억 원)로 F-35 전투기(대당 8,000만 달러)의 20분의 1 수준이다. 윙맨 역할을 값비싼 유인 전투기에 맡기는 대신 발키리를 투입하면 1,000억 원이 훌쩍 넘는 고가의 전투기를 53억짜리 전투기로 보호하는 셈이 된다. 그만큼 방위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위험 부담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윙맨은 임무 특성상 다른 전투기에 비해 위험이 큰데 AI 활용으로 인명 손실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AI 전투기는 작전 수행 능력도 뛰어나다. 2018년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중소기업 헤론시스템즈가 개발한 AI 조종사와 베테랑 조종사가 시뮬레이션으로 맞붙는 공중전을 실시했는데 인공지능이 5대 0으로 압승을 거뒀다.

"기계에 '살인 외주화'는 윤리적 선 넘어"

윤리적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AI에는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도, 살인에 대한 죄의식도 없다. 치명적인 AI 전투기에 자율성을 부여했다가는 무차별 살상을 외주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마리 웨어럼 국장은 “사람 대신 컴퓨터 센서가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도록 허락하고 기계에 살인을 아웃소싱하는 것은 윤리적 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의식한 듯 미 국방부는 최근 관련법에 AI가 탑재된 무기를 개발하거나 배치하려면 특별 군사 패널의 검토·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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