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공판 때 전체 재생할듯.. 2시간30분 분량
검찰은 발언 중 일부 내용만으로 공소장 작성
현직 특수교사들 "증거 인정 말아야" 목소리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에게 정서적인 학대를 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의 담당 재판장이 "당시 상황이 담긴 녹음 파일 전체를 틀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학대 의혹 당시 교사의 일부 발언으로만 작성된 검찰 공소장만으로는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체 녹음을 들어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까지 파악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8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A씨의 세 번째 공판에서,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아동학대 혐의 당시 상황이 녹음된 파일 전체를 재생해 말하는 뉘앙스나 전후 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일부 내용만 기록한 공소장만으로는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취지다. 곽 판사는 ”1, 2분 정도 필요한 부분만 골라 들어서는 안된다”며 “변호인이 동의한다면 검찰이 음질을 개선한 파일로 듣겠다”고 말했다.
앞서 A씨를 변호하는 전현민 변호사도 “녹음이 된 당시 전체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파일을 연속적으로 다 들어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한 A씨는 별다른 의견을 내지는 않았다.
주씨 측이 녹음함 파일은 10월 30일 오후 2시에 열릴 4차 공판에서 전체가 재생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A씨를 정서적 학대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할 때 녹음 파일은 거의 유일한 증거로 제출됐다. 파일에는 A씨가 지난해 9월 수업 중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주씨의 아들에게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한 발언이 담겨 있다. 전체 분량은 2시간30분에 달한다.
A씨가 주씨 아들을 학대했다는 유력한 증거이긴 하지만, 주씨 측이 아들 가방에 몰래 넣어 확보한 뒤 이를 경찰에 고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법은 본인이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은 대화라면 녹음할 수도, 증거로 사용할 수도 없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제3자 간(아들과 특수교사) 대화 녹음을 증거 능력으로 인정할지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이어지자, 이날 곽 판사는 “위법수집 증거로 볼 여지도 있고, 증거로 인정될 여지도 있다”며 “판결을 통해 최종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녹음파일 증거 인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법정 밖에서도 뜨거웠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경기도교육청이 선임한 변호사를 통해 “녹취록이 증거로 채택되면 교사들에 대한 녹음이 횡행해져 향후 교사 직무 수행에 어려움이 우려된다”고 증거 불채택 의견을 전달했다.
현장 특수교사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특수교사는 “학생생활 전반에 걸쳐 녹음이나 촬영이 진행될 경우, 교사들은 소극적으로 수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게 두려워 품성과 인성 교육은 물론 다른 학생 수업권을 위한 훈육도 꺼리게 그 피해는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 단체들도 “무단으로 수집한 녹음파일은 증거가 될수 없다”며 잇따라 A씨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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