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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대법원장 전철 안 밟길"... 수장 언행이 사법부 신뢰에 핵심 [김명수 코트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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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대법원장 전철 안 밟길"... 수장 언행이 사법부 신뢰에 핵심 [김명수 코트 결산]

입력
2023.08.29 10: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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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신뢰 회복"을 내세운 이균용
재판 지연 해결·사법행정 강화 전망
뚜렷 주관 우려... "수평적 소통 힘써야"
"전임들처럼 사법 불신 자초 말아야"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왼쪽 사진)와 서울중앙지법에 있는 법원 마크. 연합뉴스·한국일보 자료 사진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왼쪽 사진)와 서울중앙지법에 있는 법원 마크. 연합뉴스·한국일보 자료 사진

김명수 현 대법원장이 6년 전 취임 당시 '좋은 재판'을 강조했다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통과하면 '사법부 위상 회복'을 취임 일성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이 후보자가 김명수 체제에서 도입된 각종 제도의 부작용을 바로잡고 사법행정을 강화함으로써, 고질적 문제가 된 재판 지연을 풀어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법원 내부에선 이 후보자가 △수평적 소통의 중요성을 실천하는 동시 △전임 대법원장들처럼 사법부 신뢰 훼손을 자초하지 않아야 한다고 바라고 있다.

재판 지연 해결·사법행정 강화 전망

"무너진 사법 신뢰과 재판의 권위를 회복하겠다." 이 후보자가 23일 대법원장 지명 후 첫 소감으로 내놓은 열쇳말이다. 이 다짐의 구체적 실천 방안은 재판 지연 문제 해결에서 시작될 게 확실해 보인다. 김 대법원장 시절 민형사 사건 처리가 매우 지연된 게 사실인데, 이 후보자(당시 대전고법원장)도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재판 지연이) 심각하다"고 말한 적 있다.

법조계에선 이 후보자가 제도를 고쳐 재판 지연 문제의 실타래를 풀어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일단 법관들이 빨리 사건을 처리할 '당근'을 주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사건 처리의 양과 질을 판사의 명예욕 충족 또는 업무 편의에 반영하는 식으로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한다"며 "다른 기업의 인사 제도를 연구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재판 지연 요인으로 꼽히는 인사 제도도 손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일선 판사들이 후보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최종 임명)가 1순위 손질 대상으로 꼽힌다. 이 제도는 도입 이후 추천 대상인 법원장과 수석부장판사 등이 판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재판 처리를 독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재임용 강화 등 시스템을 통한 근태 압박 △신속 재판법 도입 △판사 수 증원 등도 대안으로 꼽힌다.

사법행정도 예전처럼 다시 '판사 위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법원행정처에서 판사를 대거 빼버린 김 대법원장 시절엔 일선 판사들이 애로사항을 얘기해도 잘 전달되지 않는 등 소통 기능이 약했다"며 "대·내외적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판사들을 행정처로 불러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가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을 위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스1

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가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을 위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스1


"수평적 소통 잊지 말아달라"

판사들은 '사법 신뢰 회복'에 동의하면서도 "수평적 소통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한다. 이 후보자는 평소 뚜렷한 주관을 숨기지 않았던 탓에 적지 않은 판사들과 직원들로부터 "소통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금은 부드러우면서도 정교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김 대법원장처럼 코드 인사를 하지 말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접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 지연의 해결 방안으로 언급되는 고법 부장판사 제도 부활 문제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사람을 갈아넣는 식으로 제도가 바뀌면 사직서를 내는 판사들이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사법행정 강화로 인한 수직적인 조직 문화 재현 우려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임 원장들 전철 안 밟아야"

내부 개혁과 더불어 사법 독립을 수호를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잊지 말아야 한다. 법원 내부에선 대통령실이 지난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특정 후보자들을 비토하는 과정에서 대법원장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은 것에 불만이 컸다. 법원 내부망에는 "(김 대법원장이) 김병로 전 대법원장처럼 '제청에 이의 있으면 임명 거부하시오'라고 할 수도 있었다"는 글도 올라왔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이 후보자와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많이 전해들었다"며 "외풍에 더 흔들릴까 싶다"고 우려했다.

판사들은 무엇보다도 이 후보자가 전임 대법원장들처럼 사법 불신을 자초하지 않길 바라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아직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2020년 "임성근 전 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막은 적이 없다"고 국회에 거짓 해명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등 여러 번 설화에 휩싸였다. 서울 지역 한 부장판사는 "사법부 수장의 신뢰성이 법원을 향한 믿음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걸 체감했다"며 "판사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언행을 조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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