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민주당 '고용보험 개편' 토론회
실업급여 지급액 지난 10년간 3배 증가
"코로나 시기 실직자 보호 제 역할 한 것"
일용직 가입자 15%뿐 "사각지대 줄여야"
"고용보험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적합한 일자리를 찾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삭감 위주로 제도를 개편해 실직한 노동자가 어떤 일자리든 일단 빨리 취업하게끔 내몬다면 도리어 신속한 재취업이 신속한 재실직으로 이어져 반복 수급이 심화하고 고용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부가 추진 중인 고용보험제도 개편이 구직급여(실업급여) 하한액 폐지 같은 급여 삭감 위주로 진행되면 취약 노동 계층에게 그 타격이 집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들이 충분한 구직 기회를 보장받지 못할 경우 재취업과 재실직을 반복하며 '나쁜 일자리'를 전전할 수 있어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 방침으로 제시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도 역행한다는 것이다.
양대 노총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24일 오후 국회에서 '정부 고용보험 개편 문제점 및 개선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반복·부정수급, 고용보험 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개편을 추진하는 정부와 여당은 △급여 하한선(최저임금 80%) 폐지·하향 △수급 요건인 가입(피보험) 기간 연장 △반복 수급 제한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제도 개편이 필요한 이유로 밝혔듯 최근 몇 년간 실업급여 지급액이 매년 크게 늘고, 고용보험기금 실적립금이 적자(지난해 말 3조9,000억 원 규모)인 것은 맞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3년 114만 명에게 3조6,000억여 원이 지급됐는데, 지난해에는 163만 명이 총 10조9,000억여 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날 발제자로 나선 남재욱 한국교원대 교수는 지급액 증가를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제 역할을 한 결과'로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남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 상황에서 고용보험 제도가 제 기능을 했고, '전 국민 고용보험' 정책을 추진한 결과 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 등 기존 사각지대가 해소되며 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까지 나온 고용보험 개편 방향에 따르면 실업 전 임금이 낮을수록, 취업기간이 짧을수록, 실업이 잦을수록 불리해진다는 것인데, 정부 노동개혁 방향인 '이중구조 개선'과 결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부정수급은 개별 사례에 대한 제재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면서 "반복 수급을 무조건 편법으로 간주하는 것은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노동시장에서 분투하는 취약 노동자에게 징벌을 가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토론자인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 역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실업급여 하한액 수급자 비율이 가장 높다"며 "수급 기간 조정 없이 하한액만 줄일 경우 저임금 노동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돼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한목소리로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국민 고용보험' 정책 추진 결과 일용근로자 고용보험 가입률은 2019년 5.5%에서 지난해 15.4%로, 비정규직 가입률은 같은 기간 44.9%에서 54.0%로 상승했다. 그래도 300인 이상 대기업 직장인 가입률(95.5%)과 비교하면 여전히 '노동시장 양극화'가 '고용보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급여 지출이 많은 게 아니라 애초에 국내 고용보험 재원 자체가 적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고용보험료율은 노사가 각각 0.9%씩 부담해 1.8%인데, 파이(재정)가 적으니 저임금 노동자에게 실업급여를 몰아준다는 논란이 계속된다"면서 "정부 적립금 적정 규모와 보험료율 인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독일(노사 각각 1.3%), 프랑스(사용자만 4.05%), 네덜란드(사용자만 7.65%)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은 우리보다 보험료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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