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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이재명의 당대표 1년, '윤석열 반대'가 '민생 경쟁'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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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이재명의 당대표 1년, '윤석열 반대'가 '민생 경쟁' 덮었다

입력
2023.08.26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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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1년, 최고위 발언 전수 분석
수락 연설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생"
민생 겨냥 양곡법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리더십 위기 전후로 '민생'→'윤석열' 언급
국민들도 '정책'보다 '사법리스크'에 관심
여의도 경험 부족 탓? 여야 정치 실종 탓?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4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 국민보고대회에서 윤 정권을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4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 국민보고대회에서 윤 정권을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잘하기 경쟁으로 국민의 희망이 되겠다. 믿음직한 대안 정당으로 국민이 흔쾌히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이재명 당대표 수락 연설(2022년 8월 28일)

1년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는 이렇게 닻을 올렸다. 민생 경쟁, 대안 정당의 기치를 들었다. △대선후보를 거친 중량감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 입증된 추진력 △167석 거대 야당의 지원사격이라는 강점이 결합해 기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28일 당대표 취임 1년을 앞두고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다. 이 대표가 최우선으로 강조한 '민생'과 '경제'에서 체감할 만한 성과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비판이 갈수록 이 대표의 비전을 잠식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견제와 사법 리스크 같은 환경적 제약을 감안하더라도, 이 대표가 갈수록 생산적 대안 제시가 아닌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언급한 단어. 그래픽=강준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언급한 단어. 그래픽=강준구 기자


민생 외쳤지만… 어려울수록 ‘윤석열’ 겨눴다

한국일보는 지난 1년간 이 대표의 지향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정량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지난해 8월 28일 당대표 선출 이후 이달 23일까지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을 전수 분석했다. 당 지도부가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언론에 드러내고 방향을 조율하는 자리다.

이 대표는 총 141차례에 걸쳐 5만4,755 단어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국민’(836회), ‘정부’(626회), ‘경제’(368회), ‘민생’(350회) 순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맞선 유력 대선주자이자 제1야당 대표라는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는 메시지들이었다. 이 대표가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고 강조한 것과 맞닿아 있다. 다음으로 ‘대통령’(279회), ‘여당'(213회), ‘정권’(174회), ‘윤석열’(147회) 등 정부와 여당을 겨눈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윤 대통령 이름은 회의 때마다 한 번꼴로 등장한 셈이다.

이재명 최고위 주요 언급 단어 시기별 언급량. 그래픽=강준구 기자

이재명 최고위 주요 언급 단어 시기별 언급량. 그래픽=강준구 기자

시기별로 나눠 보면 올해 들어 변화가 두드러진다. 이 대표가 자주 언급한 단어는 지난해 8~12월과 비교해 올 1~4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 기간 ‘대통령’(50회→122회), ‘정권’(26회→94회), ‘윤석열’(25회→61회) 등의 언급 횟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 8~12월 6회 언급한 '검찰'도 올 1~4월에는 26회로 늘어났다.

반면 ‘경제’(147회→80회), ‘민생’(152회→94회), ‘민주당’(119회→86회), ‘정치’(87회→27회) 등 표현은 언급이 크게 줄었다. 이 대표가 검찰 소환 조사(1월), 체포동의안 표결(2월), 당내 계파 갈등(3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4월) 등으로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때다. 이 대표 발언의 타깃이 바뀐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이라는 단어도 올해 들어 이 대표의 입을 통해 부쩍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으로 강제동원 배상문제 해법을 제시하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현실화하면서 정부의 대일외교를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언급은 지난해 8~12월 22회에 불과했지만, 올 1~4월 115회, 5~8월 102회를 기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숭례문 앞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숭례문 앞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 비판 외치는 동안 추진력, 유능함 실종

정부 비판과 반대에 역량을 쏟아붓는 사이 이 대표의 강점인 추진력과 유능함은 실종됐다. 지난해 6월 보궐선거 당선으로 원내 입성한 후 대표 발의한 법안은 6건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불법사채무효법(대부업법)은 당내 논의 과정에서 보류됐다. 불법계곡정비법(하천법)은 경기지사 재임 당시 치적으로 내세운 하천 정비사업을 법제화에 나선 것이라 새로운 주제는 아니다.

당대표 선출 이후 의욕적으로 추진한 법안들도 정쟁 과정에서 소모됐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빛을 보지 못한 양곡관리법이 대표적이다. 이재명표 민생법안으로 꼽힌 학자금이자면제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고, 기초연금확대법은 상임위에서 아직 정식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1년간 여야 정당 지지율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최근 1년간 여야 정당 지지율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국민들은 사법리스크에 관심... 민주당 지지율 제자리

이 대표를 향한 세간의 시선은 ‘사법 리스크’를 향해 있다. 지난 1년간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를 살펴보면, 이 대표 이름은 체포동의안 표결이 있었던 2월 27일 가장 많이 검색됐다. 이날 검색량(100)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의 사망(32) △첫 검찰 출석(31)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27) 등이 관심도가 높았다.

반면 신년 기자회견에서 30조 원 규모의 ‘긴급 민생 프로젝트’를 발표한 날(1월 12일) 검색량은 8,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기본사회를 언급하고(2022년 9월 28일),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날(6월 19일)의 검색량은 4에 불과했다.

민주당 지지율도 30%대 초·중반에서 제자리걸음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 당대표 선출 직후인 지난해 9월 1주차엔 34%였는데, 이 대표 취임 1년째인 올 8월 4주차엔 32%로 좀처럼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선출 후 주요 장면. 그래픽=강준구 기자

이재명 대표 선출 후 주요 장면. 그래픽=강준구 기자


'이재명다움 안 보인다'… "경험 부족" vs "정치환경 탓"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이 대표의 긍정 이미지를 대표하는 표현은 '사이다'였다. 하지만 당대표 1년이 지나면서 평가는 엇갈린다. 비이재명계는 정부의 실책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득점하지 못하는 것에 이 대표 책임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 대표의 장점은 시의적절한 현안을 이슈화하는 사이다 같은 모습인데, 야당 대표로서 지난 1년간 답답한 모습만 보여왔다"며 "본인의 사법 리스크와 여의도 무대에서의 경험 부족이 섞이면서 국민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이슈를 이슈로 덮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이 대표가 실력을 발휘할 만한 판이 깔리지 않고 있다"며 "국회에서 여야가 제대로 역할을 했으면 이 대표의 실용주의가 더 발휘될 수 있었을 텐데, 정부·여당이 이 대표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여권에 화살을 돌렸다. 한 중진 의원은 "당대표가 시장이나 도지사 시절처럼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이 대표가 사이다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 그나마 당이 분열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박세인 기자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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