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부문 '넥스트 홈' 공개
배관과 기둥을 주거 공간서 제거
도화지에 그림 그리듯 구조 바꿔
#가까운 미래, 아파트에 사는 A씨는 결혼을 앞두고 실내 구조를 통째로 바꾸기로 했다. 커다란 원룸처럼 사용하던 거실을 안방과 옷방으로 나누는 한편, 욕실은 전망 좋은 창가에서 사생활이 보장되는 안쪽으로 옮길 생각이다. 모든 벽체의 이동이 자유롭기에 가능한 작업이다. 새하얀 도화지처럼 언제나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집.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물산)이 구상한 차세대 주거 공간이다.
삼성물산은 23일 서울 송파구 래미안갤러리에서 이러한 구상을 바탕으로 새로운 주거문화 청사진 ‘넥스트 홈(The Next Home)’을 발표했다. 삼성물산의 미래를 책임질 독자적 건축기술 ‘넥스트 라멘 구조’와 아파트 운영체제 ‘홈닉’을 공개한 것이다. 김명석 삼성물산 주택본부장(부사장)은 “서울 여의도, 성수, 압구정 등 강남권과 한강권의 초고층 프로젝트에 이런 상품들을 제안해 주택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넥스트 홈은 ‘거주자의 생애주기와 생활양식에 맞춰 구조를 바꾸는 집’을 뜻한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 넥스트 라멘 구조다. 배관이 지나는 공간은 물론, 아파트를 지탱하는 모든 기둥을 주거 공간 바깥쪽에 배치한 구조로 층간소음을 줄이는 데도 유리하다. 기존 아파트 대다수는 주거 공간 안쪽에 철거 불가능한 기둥이나 내력벽, 배관 공간이 존재하는 ‘벽식 구조’ 또는 ‘벽-기둥 혼합구조(벽-무량판 혼합 구조)’가 적용됐다.
바닥을 비롯해 골조에도 조립식 설치 방식이 적용된 점도 넥스트 홈의 특징이다. 욕실 역시 골격부터 마감까지 공장에서 상자형 완제품 형태로 만들어진다. 김 본부장은 넥스트 라멘 구조의 안전성에 대해 “공장에서 부재(건축물의 뼈대를 이루는 재료)를 제작해 현장에선 조립만 하는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면서 “공장에서 제작하는 만큼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홈닉은 집을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다. 홈닉이 도입된 아파트에서는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한 가지만으로 아파트의 다양한 서비스를 조작할 수 있다. 조명이나 가스밸브를 작동시키는 간단한 동작부터 커뮤니티 시설 예약은 물론, 쇼핑까지 가능하다. 혈압과 혈당을 입력하면 전문 상담사를 통해 맞춤 운동이나 식단을 조언받을 수 있다. 삼성물산은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부터 관련 서비스를 시작해 이미 건축된 아파트에도 홈닉을 도입할 계획이다.
다만 미래의 집을 실제로 만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삼성물산은 올해 넥스트 라멘 구조 개발을 마치고 내년부터 현장에 시험 도입할 계획이다. 층고가 높아져서 용적률 등에서 손해를 보는 점, 시공비가 기존 벽식 구조보다 12% 정도 높은 점 등은 단점이다. 입주 이후 실내 구조를 변경할 경우, 건설사가 책임질 공사 범위를 정하는 것도 남은 과제다.
김 본부장은 "넥스트 라멘 구조는 전체 구조에 관련된 기술이어서 적용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인필(조립식 설치) 시스템은 현재 건축 중인 아파트의 욕실이나 바닥 등에 개별적으로 적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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