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프리다' 주연배우 김소향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
배우 김소향(43)이 뮤지컬 '프리다'의 마지막 대사를 외칠 때 그것은 소아마비와 뼈가 부서지는 교통사고, 유산과 배우자의 외도를 겪고도 인생은 찬란하다고 받아들이는 강인한 여성 프리다 칼로(1907~1954)의 목소리이자 김소향 스스로를 향한 것으로 들렸다.
김소향은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생애를 토크쇼 콘셉트로 풀어낸 '프리다'의 지난해 초연에 이어 10월 15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공연되는 재연에서도 프리다를 연기하고 있다. 22일 서울 강남구 EMK뮤지컬컴퍼니에서 만난 김소향은 "내가 보내온 세월을 고스란히 녹여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 관객이 진정성 있게 봐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1년 '가스펠'로 데뷔한 23년차 배우 김소향에게 누군가는 운이 없다고 하고 또 다른 이는 운이 좋다고 한다. 데뷔 초부터 연기, 노래, 춤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기량을 선보여 왔지만 앙상블 생활만 7년을 했다. 그래도 앙상블을 하면서 늘 주역의 '커버'(유고 시 대역)를 맡았으니 그런 면에선 운이 좋은 편이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대극장 주역 배우로 자리매김해 '프리다'로 물 오른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독기가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했다. "지치지 않는 것, 그 지침을 기쁨으로 생각하는 것, 그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많은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저는 배우 일을 결코 지겨워하지 않습니다."
지치지 않을 수 있는 배경에는 막 주연급 배우로 자리 잡기 시작한 2011년 돌연 떠난 미국 유학의 덕도 있다. 김소향은 "대부분의 한국 뮤지컬 제작사 작품에 출연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제작진이 궁금해하지 않는 배우가 된 것 같아 슬펐다"며 "배우로서 부족함도 느끼던 터라 과감히 떠났다"고 떠올렸다.
30대에 떠난 유학길은 당연하게도 고됐다. 부족한 영어 실력을 보충하느라 평일엔 새벽 5시 전에 잠든 일이 거의 없었다. 수많은 현지 오디션에서 노래와 춤을 인정받고도 마지막 연기 테스트에서 영어 구사력 부족으로 탈락하면서 좌절감이 컸다. 2013년 시카고에서 공연된 '미스 사이공'의 비중 있는 지지 역을, 2017년엔 '시스터 액트' 아시아 투어 공연에 백인 배우가 주로 맡는 메리 로버트 역을 맡는 등 소기의 성과는 있었지만 그는 "무대에 대한 갈증이 컸다"고 했다.
유치원 대신 'YMCA 아기스포츠단'을 다니며 기계체조, 수영, 유도를 배우며 자란 덕분에 몸을 잘 쓰고, 목청 좋게 타고나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배우를 꿈꿨다.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뮤지컬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연기나 노래, 춤 한 가지만으로는 내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종합예술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김소향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무대 재도전의 꿈을 품고 있었지만 요즘은 후배들에게 보탬이 되는 선배로 한국 무대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다.
"제가 연기하는 '프리다'가 실제 프리다 칼로의 삶만큼 열정적이라고 자부할 만큼 저는 무대 위에서 내일이 없고 오늘 죽을 것처럼 매회 공연해요. 제게는 이렇게까지 행복할 수 있을까 싶은 일, 인간으로서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이 배우 일을 죽을 때까지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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