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망명 선택한 이후 첫 귀국
"사면 확신 없으면 안 돌아왔을 것"
탁신 측근 타위신, 태국 총리 선출
태국 현대 정치의 가장 분열적 인물인 탁신 친나왓(74) 전 총리가 22일 귀국했다. 부정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기 직전 망명을 떠난 지 15년 만이다. 그는 8년형을 선고받았지만, 한때 앙숙이던 군부와 ‘정치적 야합’을 맺은 만큼 조만간 사면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친탁신계 정당이 정권을 거머쥐고 그의 측근 스레타 타위신(60)이 총리에 당선되면서 막후 정치를 시작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귀국 후 8년형 받고 수감
22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탁신 전 총리는 이날 개인 전용기를 이용해 방콕에 도착했다. 정치인인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 등 세 자녀가 그를 맞았다. 돈므앙 공항 앞에는 지지자 수천 명이 몰려들었다. 태국 언론들은 그가 싱가포르에서 비행기에 타는 장면부터 도착한 이후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했다.
탁신 전 총리는 2001년 총리에 당선된 이후 20년 넘게 태국을 쥐락펴락했다. 국가 전체가 그를 중심으로 양분돼 있다. 평가 역시 극명하게 엇갈린다. 추종자들은 민생을 중시한 ‘국부급 지도자’라 부르고, 반대자들은 ‘부패한 포퓰리스트’라고 욕한다.
탁신 전 총리는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해 해외로 떠났다. 2008년 2월 잠시 귀국했지만 미얀마 차관 불법 승인, 통신사 주식 불법 보유 혐의에 대한 재판을 앞두고 같은 해 8월 다시 출국한 뒤 망명을 선언했다. 이후 15년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영국 런던 등을 떠돌았다.
탁신 전 총리가 22일 입국 직후 사법 당국으로부터 권력 남용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끌롱쁘렘 중앙교도소에 수감된 것 역시 당시 선고받은 형기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영향력 더욱 커질 듯
17년 전 군부 때문에 나라를 떠났지만, 탁신 전 총리 귀국의 숨은 조력자 역시 군부이다. 22일 의회에서 진행된 총리 선출 투표에서는 친탁신계 정당 푸어타이당의 총리 후보이자 부동산 재벌인 타위신이 이변없이 총리로 선출됐다.
푸어타이당이 집권에 성공한 것은 루엄타이쌍찻당(RTSC), 팔랑쁘라차랏당(PPRP) 등 친군부 정당과의 연대 덕이다. 군부 표 확보를 위해 그간 정치적 대척점에 섰던 앙숙의 손을 덥석 잡았고, 전체 700석(상원 250석·하원 500석) 중 찬성 482표를 얻어 과반(375석) 득표에 성공했다.
탁신 전 총리가 총리 선출 투표 당일 귀국한 것 역시 군부와 모종의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방콕포스트는 “사면 확신이 없다면 귀국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탁신이 즉시 왕실에 사면을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으로 탁신 전 총리의 정치적 입김이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타위신이 지난 5월 총선을 앞두고 정계에 입문한 정치 신인인 만큼, ‘그림자 총리’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의미다.
푸어타이당이 지난 총선에서 승리한 개혁 성향의 전진당을 저버리고 군부 세력과 정부를 구성한 것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 태국 정국은 당분간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티티폴 팍디와니치 태국 우본 라차타니대 정치학부 학장은 “탁신의 복귀가 태국 민주화 과정을 지연시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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