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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중국 배불린 '부동산 잔치'는 끝났다..."시진핑이 자초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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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중국 배불린 '부동산 잔치'는 끝났다..."시진핑이 자초한 것"

입력
2023.08.22 04:30
6면
0 0

부동산 개발 앞세운 고성장 시대 종료 국면
대규모 공실로 수익 떨어지고 부채만 남아
'그림자 금융'도 경제위기 새 뇌관 떠올라
"중국, 해결책 아직 찾지 못해" 우려 증폭

중국 윈난성 쿤밍시의 한 아파트 개발 현장에서 인부들이 걸어가고 있다. 쿤밍=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윈난성 쿤밍시의 한 아파트 개발 현장에서 인부들이 걸어가고 있다. 쿤밍=로이터 연합뉴스

'채무를 끌어안은 인프라 투자→ 부동산 개발 → 경제 성장'. 40년간 독보적인 경제 발전을 견인해 온 중국의 성장 모델이 수명을 다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기꺼이 짊어졌던 부채는 부동산 개발에 따른 수익을 압도했고 그림자 금융과 지방 정부 재정난 등 곪고 있던 악재들도 동시다발로 터졌다. 내수 시장에만 기댄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과 이에 대한 정부의 갑작스러운 규제가 난국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중국의 40년 호황이 끝났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을 빈곤국에서 대국으로 이끈 경제 모델이 망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유령 도시'만 50개...'그림자 금융'도 위기 키웠다

중국의 성장세는 독보적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까지 6~7%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기록했다. 2008~2021년 중국 GDP의 44% 규모를 차지한 인프라·부동산 개발이 주요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개발만 하면 알아서 돌아갔던 시스템이 어느새 무너지고 공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단적인 예가 각 지역의 '유령 도시'다. 지방 정부가 차입금을 들여 건설은 했으나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뜻의 유령 도시는 내몽골, 윈난성, 산시, 톈진 등 중국 전역에 5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서남대학 자료에 따르면, 중국 아파트 5분의 1은 공실 상태이며 이는 약 1억3,000만 채에 해당한다. 부동산 개발업체로선 1억3,000만 채에 해당하는 손실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 가든)이 채권 이자 상환에 실패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린 것과 무관치 않다.

17일 중국 베이징 외곽의 한 건설현장 주변에 인적이 없어 고요하다. 베이징=AP 연합뉴스

17일 중국 베이징 외곽의 한 건설현장 주변에 인적이 없어 고요하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 경제 숨통을 조이는 지방 정부의 재정난도 같은 맥락이다. 지방 정부들은 소유 부지를 건설 업체에 매매·임대해 재정 수입을 충당해 왔다. 2021년 전체 지방정부 수입의 92% 이상이 토지 판매 수입에서 나왔다. 그러나 올해 2월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총액은 자금 조달용 특수법인인 'LGFV' 부채를 포함해 약 66조 위안(약 1경2,4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땅을 내준 대가로 유지됐던 살림에 구멍이 났다는 뜻이다.

중국 언론 차이신은 21일 중국 인민은행·금융감독관리총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톈진·구이저우·윈난·산시·충칭 등 12개 성(省)·시(市)·자치구의 부채 상환을 돕기 위해 1조5,000억 위안(약 275조 원)의 특별 융자채권을 발행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부동산 개발로 인한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지역들로 알려진다.

중국 부동산 개발 시스템의 숨은 조력자인 그림자 금융도 위기를 자초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은행과 유사하지만 손익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중국의 금융상품·금융기관들은 주로 부동산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했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총 3조 달러(약 4천조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림자 금융 산업은 부동산 개발이 원활할 때는 내수에 보탬이 됐지만 유동성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선 투자금 상환 연장 위험에 노출됐다. 최근 유동성 위기에 몰린 자산운용기업 중즈그룹이 이에 해당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그림자 금융을 흔드는 유동성 위기가 이미 약화한 중국 경제에 도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부동산 정책, 규제인지 완화인지도 불분명

지난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열린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담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시안=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열린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담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시안=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는 "현재 위기는 중국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부동산 거품을 줄이고 재정 건전성을 높이겠다며 몇년 전부터 대출 규제에 나섰다. 2020년 △선수금을 제외한 자산부채비율 70% 이하 △순부채비율 100% 이하 △현금성자산 대비 단기부채 비율 100% 이상 등 3대 레드라인을 적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급작스러운 규제가 대형 부동산 업체와 그림자 금융권의 디폴트 위기를 초래하자 최근 들어 다시 금리 인하 등 유동성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시진핑 정권의 정책 기조가 규제인지, 완화인지가 모호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위기가 시진핑 국가주석이 계산한 것이라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해 온 시 주석이 부동산 거품 정리를 위해선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을 것이란 뜻이다. 21일 중국 인민은행이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2개월 만에 인하하면서 1년 만기는 0.1%포인트를 내리는 데 그치고 5년 만기는 종전 금리를 유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른 내수 침체와 고용 악화까지 감내할 여력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노무라증권의 팅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판매 하락과 개발 업체 도산 위기가 부동산 시장의 위기에 그치지 않고 경제를 더 폭넓게 위협할 것"이라며 "중국은 그러나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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