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코로나19 봉쇄 이은 새 위기"
국내 화장품 업계는 요즘 중국 경제 상황을 다룬 뉴스를 볼 때마다 걱정이 크다. 경기 둔화 때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는데 인구 14억 명 중국 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들면 다시 되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영영 놓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A사 관계자는 "K뷰티 인기가 시들해지고 중국 현지 브랜드의 품질도 많이 올라왔다"며 "여러 대응책을 준비 중"이라고 답답해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시장 중국 경제의 회복과 그로 인해 사업 확대를 기다려 온 기업 관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응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등으로 맞은 큰 위기를 이제야 넘기나 싶었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경기 둔화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면서다.
"경기 둔화→물동량 감소→해운·조선업 연쇄 타격"
업계로서는 ①대부분 기업이 성장만 해 온 중국의 경기 둔화를 경험해 보지 못한 데다 ②하향 곡선이 어디서 멈출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점이 가장 두렵다.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까지 이어지면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뿐 아니라 중국과 산업 협력에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 업계 안팎에서는 중국 경기 둔화가 고착화됐을 때 우리 기업의 피해도 상당할 거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특히 최근 나란히 실적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내 조선과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꽤 커질 수 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경기가 가라앉으면 물동량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해운사들의 발주도 자연히 감소해 조선업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침체된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중국 정부가 중국선박공업(중국 1위 조선사) 육성책을 단행할 경우까지 내다본다면 국내 조선사로서는 좋을 게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과도한 우려 경계하되 새 시장 전략 짜야"
지난해와 올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다 잡은 국내 완성차 업계도 걱정은 마찬가지. 중국 자동차 시장이 공급 과잉에 접어들었는데 경기 둔화가 오면 자동차 수요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경기 둔화 속 판매량을 지키기 위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가격을 낮추는 방법이 최우선인데 이 경우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특히 자동차 판매 시장이 유가와 금리 흐름에 민감한 점도 걸림돌이다. 이 관계자는 "경기가 되살아나도 자동차 구매 심리는 가장 늦게 돌아온다"며 "이미 자국 브랜드 전기차 교체가 활발히 이뤄진 상태라 침체가 이어지면 차량 교체 심리는 꽁꽁 얼어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우려를 경계하면서도 기업과 정부가 중국 이외의 새로운 시장 전략을 짜야 할 것을 주문했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중국 경기 둔화가 길어지면 건설과 석유화학, 철강, 시멘트 부문의 타격이 클 것"이라며 "(현재 중국과 경합 중인) 자동차와 모바일 업계는 새로운 시장 전략을 짜야 할 수 있다"고 봤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글로벌공급망분석센터장은 "그동안 중국에 대한 품목별 수출 의존도가 낮아지고 제조업 자립도도 높아져 우리가 최악의 경로로 가진 않을 것 같다"고 전하면서도 "중국 경기 둔화가 빨라지면 대중국 수출이 과거만큼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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