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질 지수 세계서 두 번째 나빠
조코위 대통령 한 달째 기침 안 그쳐
9월 초 수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를 앞두고 인도네시아가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햇빛을 한 조각도 찾아볼 수 없는 잿빛 하늘이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대통령이 한 달 넘게 기침으로 고생할 정도다. 정부는 자동차·오토바이 매연을 줄여야 한다며 재택근무를 권고하는 등 미봉책만 내놓았다.
최악의 대기오염 재조명
20일(현지시간) 스위스에 본부를 둔 글로벌 대기질 분석업체 아이큐에어(IQAIR)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자카르타의 공기질지수(AQI)는 152를 기록했다. 전 세계에서 쿠웨이트 수도 쿠웨이트(155)에 이어 두 번째로 대기 질이 나쁘다.
AQI가 0~50이면 ‘좋음’, 51~100은 ‘보통’, 101~150은 ‘민감한 사람에게 해로운 수준’이고, 152 이상은 ‘건강에 해로운 수준’이다. 서울은 74다. 이날 자카르타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평균 57㎍/㎥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연평균 5㎍/㎥)보다 11.4배 높았다.
자카르타는 대기오염으로 악명을 떨쳐왔다. 2019년에는 시민 32명이 “정부가 즉각 해결책을 마련하라”며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기도 했다.
최근 자카르타 하늘에 다시 관심이 쏠리는 건 다음 달 5~7일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일본 등 정상들이 매캐한 냄새를 내뿜는 회색 하늘 아래 모여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조코위 대통령이 4주 넘게 기침을 하고 있는데 대기오염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카르타 보건청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호흡기계 질환을 앓은 시민이 약 14만6,000명이라고 집계했다.
매연 막으려 재택근무? "글쎄"
인도네시아 정부는 원인을 차량 매연에서 찾는다. 자카르타는 인구가 1,100만 명인 동남아시아 최대 도시다. 인근 도시 주민까지 합해 약 3,000만 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매일 출퇴근하면서 대기가 나빠졌다고 정부는 진단한다. 올해 엘니뇨 현상으로 인도네시아에 건기가 평년보다 길어지면서 비도 거의 내리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아 예년보다 대기오염이 악화했다.
이 때문에 정부 해결책은 교통량을 줄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대민 업무를 하지 않는 부처를 중심으로 원격 근무를 하기로 했고 민간기업에도 재택 근무 확대를 권고했다. 정상회의장 인근 학교에도 온라인 수업을 요구했다. 차량 배출가스 검사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친환경 대책도 내놓았다. 헤루 부디 하르토노 자카르타 주지사 권한대행은 19일 “도시에 800개의 녹지 공간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자카르타포스트는 전날 사설에서 “정부는 도시를 질식시키는 문제에 대해 비참할 정도로 불충분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며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최소 16개의 석탄 화력 발전소가 끊임없는 오염 물질을 배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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