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입원제 도입, 이번엔 가능할까]
미·독·프는 법원, 영·호는 준사법기관 개입
환자 강제입원 사전결정-사후승인 차이도
정신질환 병력자의 잇따른 흉기난동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사법입원제는 미국 대부분 주(州)와 프랑스, 독일, 영국, 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다만 강제입원 결정 주체, 개입 시점 등 세부 운영 방식이 다양한 만큼, 우리도 여건에 맞춰 유연하면서도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사법입원제 유형을 구분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사법기관이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여부를 결정하는지, 아니면 행정당국의 강제입원 조치가 정당한지를 사후 판단하는지다. 또 하나는 결정 주체가 법원(판사)인지, 법조인과 의료전문가가 참여하는 준사법기관인지다.
미국, 독일, 프랑스는 판사가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대표적 국가이지만 독일은 사전 승인, 미국·프랑스는 사후 승인으로 제도 운영 방식이 다르다. 독일은 법원이 심사를 통해 환자를 입원시킬지 결정하고 입원 지속 여부도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국선변호인 등 국가가 선임한 절차보조인을 통해 환자의 의견을 수렴한다. 반면 미국은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행정당국이 환자를 강제입원시킨 뒤 법원이 1~2주 안에 입원 조치의 정당성을 사법적으로 판단한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영국과 호주는 법조인, 정신의학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정신건강심판원에서 강제 입원 및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사법입원제 운영을 위해 별도의 준사법기구를 둔 것이다. 특히 영국은 심판원에서 강제입원이 결정되면 72시간 이내 경찰이나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구금할 수 있다.
국내 사법입원제가 법원 사전 승인 방식으로 도입된다면 환자 가족의 부담이 대폭 완화될 수 있다. 전체 강제입원의 90%가량을 차지하는 보호입원 조치가 보호자 신청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프랑스식 사후 승인 제도를 도입한다면 보호입원뿐 아니라 경찰·지자체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행정입원, 응급입원 등 다른 강제입원 제도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환자 입장에서도 법원의 사후 검토를 통해 강제입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피해를 신속 구제받을 여지가 마련된다.
우리나라에서 사법입원제 시행은 강제입원 요건 완화의 의미가 있다. 1995년 정신보건법 제정 당시 보호의무자 외에 전문의 1인의 동의가 있으면 강제입원이 가능했지만 2016년 9월 헌법재판소가 해당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입원 요건이 강화됐다.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자·타해 위험이 있거나 전문의 2명의 동의가 있어야 강제입원을 할 수 있도록 바뀐 것이다. 이정석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증 정신질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고 위험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예방 차원에서 강제입원 문턱은 도로 낮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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